한 번쯤은 작품 속에서 봤을 얼굴이다. 킬러부터 군인까지 선한 역과 악역을 오가며 작품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엔 다둥이 아빠 형사 역을 맡았다. 배우 서현우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강매강'에서 딸 넷을 둔 정정환 역을 소화하며 코미디 연기를 본격 선보였다.
특히 파란 비니 모자와 노란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해 클럽 출입을 거부당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서현우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현우는 "사실 잘못된 만남 노래가 배경으로 나올지 몰랐다"며 "(그 장면을 통해) 제가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웃었다.
이어 "의상이나 콘셉트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너무 즐거웠다. 현장에 가니 출연진도 웅성거리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모습을 한 채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며 "현장에서도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봐 주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디즈니+ '강매강'은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을 줄인 말이다. 검거 실적 꼴찌라는 꼬리표를 단 송원경찰서 강력 2반이 좌충우돌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새삼 코미디 장르 작품 대단하게 느껴져"
여기에 정정환(서현우)은 가족을 위해 승진을 목표로 하는 생활형 형사로 학연·지연·혈연을 통해 출세하려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정환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현우는 "자칫하면 붕 떠버리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사랑, 육아와 같은 현실적인 것을 나열하면 템포가 많이 떨어질 거 같았다. 감정이 직감적인 형태로 드러났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이 만화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오갔다"며 "대본 자체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어 표현하는 데 용기를 많이 냈다"고 덧붙였다.
미혼임에도 다둥이 아빠 역을 소화했던 심정도 전했다. 그는 "딸 넷을 가진 설정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좀 더 편안하고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라 더 반갑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아 중인 배우들에게 조언을 많이 얻었다"며 "이전까지 날이 선 인물들을 연기했는데 정정환을 맡으면서 숨통이 좀 트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를 펼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현우는 "단순히 진지하게 임한다고 해서 코미디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한 것들만 심는다고 해서 코미디가 나오는 게 아니더라"며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진짜 힘든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차승원, 류승룡 등 선배들 작품을 봤다"며 "새삼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 감탄했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거는, 연기를 표현하는 사람은 진지하고 진실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지할 때 진지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놀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딸을 위해 티라노사우루스를 흉내내는 장면을 언급했다. 서현우는 "그렇게 좀 망가지니 어떤 표현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며 "다른 장면으로 돌아올 때 힘 조절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모두가 웃음 연구원…박세완 에너지에 깜짝 놀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현우는 7개월간 촬영하면서 서로 웃음 연구원들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서로 역할을 바꿔서 읽어보고 여기서 왜 이런 대사가 나왔을까라는 연구를 했다"며 "이 장면이 재미있을까라는 거에 대한 질문을 계속 갖고 살았다.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연 연습을 하는 줄 알았다"며 "그 정도로 리허설에 중요하게 임했다"고 강조했다.
서현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김동욱과 작품을 처음 해봤다고 한다. 그는 "김동욱 배우가 현장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더라. 노련했다"고 평했다.
이어 "박지환 형님은 리허설 끝나고 찍어도 계속 수사관처럼 의문을 던져주는 형이었다"며 "하드캐리하셨다"고 웃었다.
박세완에 대해선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너지가 엄청나더라"며 "서민서 역이 본인의 모습인지 정말 털털하고 시원시원했다. 매력덩어리 배우였다"고 감탄했다. 이승우에 대해서도 "소통하는 데 너무 편하고 인성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멜로 하고파…다작? 기분 좋은 부담감"
서현우는 다음 작품으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간지럽지만, 아름다운 대사만 있는 게 아닌 현실적인 멜로를 해 보고 싶다"며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을 못 한 캐릭터도 괜찮다"고 말했다.
수많은 역할을 연기한 그는 맡은 배역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캐릭터에 감정을 쏟아붓는 게 관객을 위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그만큼 빠져나오기 힘들더군요. 제 일상과 작품 활동을 파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다음 작품을 만날 때 온전히 그 역할로 투명하게 들어가야 하는 데 자꾸 전에 덕지덕지 붙은 것들이 절 괴롭히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 객관화를 해서 풀어가기 시작하니 건강한 피드백이 돌아오더라"며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을 때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제가 느낄 인물에 대한 감정을 가져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보이기를 원한다는 서현우. 그는 최근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기분 좋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한테 계속해서 다른 얼굴, 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개인의 욕망과 함께 책임감도 동반되는 거 같아요. 작품 하면서 에너지를 얻어요. 뜨거운 용광로처럼요. 작품을 애타게 찾던 시절도 있었기에 계속 작업할 수 있는 것에 진짜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