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소 우세하다는 전망 속 끝까지 예측불가 한 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한국 경제가 직면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대선 결과는 금리·환율·물가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통상정책 등 모든 경제변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누가 되든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관세, 해리스 부통령의 친노동 정책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편관세는 상수…칩스법· IRA 폐기는 선거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건 한국 수출의 위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적 관세,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높은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가 인상되면 글로벌 성장률이 0.4%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한국이 입게 될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38개국 중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스위스의 성장률이 1% 안팎으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역시 미국이 한국에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직접적인 대미수출이 152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봤다.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제 3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한국산 중간재 수출도 70~89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한국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고민거리다. 대미 수출이 늘어난 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역으로 무역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9월까지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99억달러로 지금 추세면 작년 역대 최대기록인 444억 달러를 거뜬히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를 높이게 되면 당장 수출기업이 입게 될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악재가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을 제공하는 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라면서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조금을 굳이 주지 않아도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 방침에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투자금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는데 만일 보조금을 백지화하거나 축소에 나선다면, 기업들도 손익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우리기업들은 한국에서 수출을 하는 것에 대해 10%의 보편적 관세가 물려지는 것과 보조금을 받지 않고 미국 내에서 공장을 지어서 관세 부담을 더는 것을 두고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칩스법 제정시 공화당도 동의한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소장은 "칩스 법안은 공화당도 동의한 법으로 과연 보조금 폐지가 될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IRA 축소 가능성도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는 부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첫날 전기차구매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가뜩이나 전기차 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전면 재검토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내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IRA 폐지가 실제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화당이 미 의회 상‧하원을 장악해야 한다는 점과 IRA 수혜 지역 상당수가 공화당 지지세가 높다는 점은 폐기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축소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해리스, 바이든 정부 연장선…친노동 정책은 부담
해리스 부통령의 최대 장점은 예측가능성과 지속성이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예측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의 부담이 줄어든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경우 친환경 기조 유지 등으로 IRA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혜택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내놓은 '2024 미국 대선후보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정책 공약 비교' 보고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 법안이 가장 연속성 있게 추진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해리스 후보자의 친노동자 정책이 미국에 진출 해 있는 우리 기업의 비용 증가 요인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정강 첫머리에서 '부(富)가 아니라 노동에 보상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조합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해리스 후보 쪽은 친노동 정책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에,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노동조합하고의 관계에 있어서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좀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되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보호무역주의 강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대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내용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동안 미국이 신규로 조사를 개시한 수입규제 건수는 총 107건으로 확인됐다.
연 단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0년(120건) 수준에 견줄 만큼 많은 규제를 시행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규제가 크게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 강하고 급진적으로 일어날 전망이지만 민주당 정부 역시 보호 무역주의 강화 기조는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더불어 미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태규 한경연 팀장은 "우리가 중국에서 중간재를 사와서 그걸 우리가 완제품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게 많아졌는데, 중국 중간재를 쓰는 제품에 대해서도 미국이 수입규제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름 무협 수석연구원은 "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대부분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도 예상치 못한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며 "최근 미국의 수입규제 규정 강화 및 중국산 우회수출 조사 확대로 자칫 우리 수출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입규제 동향에 대한 지속적 관찰과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