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제동…"부정거래 소지"

공개매수 때 유증 준비하고도 미공시했다면 '위법'
금감원, 주관사 미래에셋증권 현장조사

긴급이사회 연 고려아연.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불공정거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개매수 당시 유상증자가 진행됐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는데도 당시 주주들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 등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31일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상황과 처리 방향 등을 밝혔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접수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의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의 충실 기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현재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도 연계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전날 2조5009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모든 유상증자가 기업에 불리하게 해석되는 건 아니지만, 조달 자금의 대부분인 2조3천억원이 채무상환자금으로 명시되면서 전날 주가는 하한가(-29.94%)를 쳤다. 또 최 회장 우호지분이 될 우리사주조합에는 20%를 배정하고, 다른 청약자에겐 총 공모주식수(373만2650주)의 3%로 물량을 제한해 오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증자임을 의심케 했다.
   
함 부원장은 "증자의 목적과 배경, 회사와 기존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이번 증자가 공개매수 시 밝힌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와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기재됐는지 등을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번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다음달 14일 전까지 신고서 정정요구 등을 통해 이같은 사항을 보완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실상 기존에 제출된 신고서를 보완하거나 철회하지 않는다면 당국이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또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가 동시에 추진된 경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의 계획'이나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 등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날 금감원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모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함 부원장은 "차입해서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하겠다고 하고 그 후에 유상증자를 해서 상환한다는 계획을 고려아연 이사회가 다 아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만 시킨 것이라면, 기존의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졌거나 허위·위계 등 부정거래의 소지가 다분하다"이라며 "이 부분이 주된 조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나온 △특정 세력 결탁설 △주주간 계약·공개매수 규모 관련 각종 풍문 유포 △공개매수 방해 또는 성공 목적의 시세조종·시장교란행위 △임직원 및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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