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을 기록하며 위기론이 지표로 확인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R&D(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근원적 경쟁력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도약'의 목표는 후순위로 두고, 첨단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 회복을 위해 진력한다는 방침이다.
DS부문, 분기 최대 매출에도 영업익 곤두박질
삼성전자는 31일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3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전망치인 10조7716억원을 하회하는 것이다.관심이 집중됐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9조1천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한 후 시장에선 DS부문의 영업이익을 5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런 전망치보다도 낮은 낮은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DS부문 3분기 대출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29조27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인은 전 분기(6조5400억원)의 절반 수준이자 SK하이닉스(7조299억원)의 절반 수준인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에서 AI·서버용 수요에 대응해 HBM(고대역폭메모리),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 부진과 DS부문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DS부문 김재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전 준비 대비 재고평가환입규모가 축소됐고,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1조2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시스템LSI(설계)와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를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최대 7조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17조57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DS부문은 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실적 냉온탕에도 R&D 매년 증액…이번에도 분기 최대 R&D로 대응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R&D 투자로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역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8700억원을 R&D 투자로 집행했는데 이런 기조는 계속될 방침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내년은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캐팩스(CAPEX.설비투자)를 고려하고 있고 설비 투자는 증설보다 전환 투자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과 HBM, 후공정 투자, 중장기 클린룸 투자 등을 우선해 미래 경쟁력 강화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AI(인공지능)과 연계된 데이터센터 투자 등으로 고용량, 고성능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만큼 첨단 공정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AI반도체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에 납품을 위한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HBM3E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중 HBM3E 판매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뒤 야심차게 진행해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오랫동안 주도권을 잡았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일단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사업부 권태중 상무는 "올해 (파운드리) 설비투자 집행 규모는 감소 전망"이라며 "올해 파운드리 투자는 모바일 HPC 고객 수요 중심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시황 및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 순위를 두고 투자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엔 이미 보유한 생산 인프라 가동 극대화를 통해 선단 레거시 노드의 고객 주문을 적기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최선단 R&D 준비 외의 신규 캐파 투자는 가동률과 수익성 고려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일종에 '원팀' 기조도 재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며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했는데, 퀄 테스트 통과 후 양산, 납품해서 실적으로 잡히는데는 3개월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언젠가는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겠지만 실적이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HBM3E가 퀄 테스트를 통과한다고해서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제품 대신 삼성전자 제품을 납품 받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라며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가는 HBM3E는 이미 납품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제품이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차세대 HBM 제품 납품을 위한 개발과 양산, 수율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