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옹호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일반 고등학교가 해당 교과서의 집필자가 소속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 한 곳 뿐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현황을 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내년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 2098곳 중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1·2를 채택한 학교는 경기와 경북 소재 고교 각 1곳씩이다.
모든 고교는 이날까지 내년에 쓸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데,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채택률이 '0%대'로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고교는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새 한국사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
경기의 경우 양주시 소재 모 대안학교인데,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아 교과서 채택 절차를 다시 밟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고 중에서는 해당 교과서의 집필자가 소속된 문명고에서 유일하게 채택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문명고가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맞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에서 교과용 도서 선정 과정을 거친 뒤 교과서 주문을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로 하고 있는데, 문명고가 맞다"고 확인했다.
문명고 교사,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2 Ⅱ단원 공동저자로 참여
문명고의 이병철 교사는 교육부장관 김건호 청년보좌역과 함께 한국사2 Ⅱ단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사1은 전근대사와 개항기를, 한국사2는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이 중 한국사2 Ⅰ단원은 일제강점기, Ⅱ단원은 1987년 이전의 현대사, Ⅲ단원은 1987년 이후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에 대해 '독재' 대신 '집권 연장'으로 표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간략히 서술하는 등 우편향 논란이 일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주로 참고자료와 연습문제 형태로 제시했다. 본문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는데 성 착취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고 표현했다.
문명고 임 모 교장은 "판사가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처럼 교육자는 교육자적 양심이 있다"며 "교육청에서 내려온 매뉴얼에 따른 교과서 채택 절차를 다 밟았다"고 밝혔다.
특히 문명고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2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해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을 폐기하면서 문명고의 연구학교 지정도 취소됐다.
교육부 장관 청년보좌역 작성 초고, 최종 합격본에 포함돼
앞서, 저작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교육부 장관의 김건호 청년보좌역이 집필한 한국사1 초고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최종 합격본인 전시본에 포함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로 확인된 바 있다.김 보좌역은 초고 작성에 참여하고도,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불과 9일 앞둔 지난 8월 21일에서야 집필진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김 보좌역은 더욱이 지난해 12월 11일 검정 심사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한 교과용도서 검정신청서에 본인의 근무처(소속)를 교육부가 아닌 '군포시 청소년재단'이라고 허위로 기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씨의 '군포시 청소년재단' 재직기간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였으며, 김씨는 지난해 11월 7일 이후 현재까지 청년보좌역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