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데뷔해서 마음 편히 여행도 가지 못한 채 음악하고만 붙어 살았더니 권태기가 오고 말았다.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본업인 음악과는 되도록 거리를 두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혼자만의 시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거쳤더니 2년이 흘러있었다. 충분히 쉬었고, 다시금 음악이 하고 싶어졌다.
솔로로 데뷔한 지 올해 9주년이 된 제이미가 약 2년 만에 신곡으로 돌아왔다. 제이미는 신곡 '배드 럭'(Bad Luck) 발매를 맞아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보니, 공백기 언급이 빠질 수 없었다. 정작 제이미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줄 몰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전 소속사인 워너뮤직을 나오면서 문득 생각했다.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고. 제이미는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곳도 경험해 보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며 지내다 보니까 2년이 됐더라. 2년 동안 음악이랑은 좀 거리를 두고 싶었다. 계속 음악으로만 살았다. 작업실-집, 작업실-집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다른 걸 하면 내가 다시 좀 불타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를 비우고 지넀다"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태국에 다녀왔고 고향이자 현재 부모님이 살고 계신 대전도 방문했다. 여행을 돌아보면 "너무, 너무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시간이 난다면 "여행은 꼭 가는 거로 생각할 정도"가 될 만큼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여행 가기 전 이른바 '음악 권태기'를 겪었다. 음악과의 연락을 끊고자 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려고 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음악 얘기를 할 것 같았다. "그냥 진짜 자유롭게" 지내면서, 본인을 "더 시간을 가지고 관찰"했다. 그렇게 새롭게 깨달은 본인의 모습이 있을까.
제이미는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더라. 전 항상 좀 왁자지껄하고 사람 많고, '파티!' 이런 걸 되게 좋아했다. 근데 진짜 처음으로 혼자 한 1년 동안 있었다. 집 밖에도 안 나가고 고양이랑 같이 친구도 거의 안 보고 1년 동안 있었는데 너무너무 좋은 거다"라고 돌아봤다.
혼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던 과거와 달리, '혼자 보내는 시간'은 신선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그게 이어지는 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홀로여도 충만한 1년을 보낸 후, 다음 1년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힘을 얻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보고 싶어진" 제이미는 지금의 소속사 플랜비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만났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대표는 제이미가 다시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제이미는 "'음악 욕심 내야 된다' '지금 음악 해야 한다' '많은 분들이 기다린다' 하고 위로도 해 주셨고, 녹음 날짜가 딱 잡혀 녹음실에 들어가는 그날 너무 행복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이미는 "대표님이 저를 굉장히 저를 아끼셨던 거 같다. 매번 미팅할 때 꽃을 사 오셨다. 저도 꽃을 거의 되게 오랜만에 받아봐가지고 신선했다. 그게 너무 감사했고, 또 음악 외로 저의 고민들도 들어주셨다. '아, 정말 이분 믿고 음악 다시 시작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 그렇게 대표님이랑 같이 일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2년여 만에 내는 신곡 제목은 '배드 럭'이다. 강렬한 신시사이저 베이스와 드럼 소리가 매력적인 이 곡은 키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훅과 가사로 구성됐다. 내게 상처를 주고 이별한 연인을 향해 불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았다.
작사할 땐 "허구는 쓰지 않고 다 제가 경험한 거"로 쓴다는 제이미는 "사랑에 관해 아픈 곡은 생각보다 제가 많이 안 썼더라. 헤어지면 당연히 좋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클리셰처럼 '더 좋은 사람 만나' '난 네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러지만,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 '너 좀 더 고통받았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도 있지 않나. 그런 걸 재밌게 풀어봤다"라고 소개했다.
오랜만에 내는 곡의 가사 주제를 '전 연인의 불운 기원'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제이미는 "딱 그냥 곡을 들었을 때 이런 가사를 써 보면 재밌지 않을까 했다. 좀 악동처럼! 전 항상 상처받은 여자, 헤어짐을 잊지 못하는 여자 (시점의) 이런 곡을 많이 썼다"라며 "제 성격이 그러진(노래 같진) 않다"라고 답했다.
너무 진지하지는 않게, '뼈 때리는' 가사를 써 본 제이미는 팬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번엔 "간단히 컴백"했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뮤직비디오는 찍지 않고 신곡 1곡과 스페셜 클립을 준비했다.
제이미는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게 하지 말자, 하루라도 빨리 컴백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이번 곡은 좀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준비했고, 다음 앨범이든 싱글이든 뭔가 제 곡도 많이 실리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라고 말했다.
쉬고 돌아와서는 보컬 레슨도 재개했다. 그는 "(오랜만에 노래하니) 약간 잠긴 느낌? 약간 옛날 실력이 안 나오는 느낌? 바로 보컬 레슨받고 신인의 마음으로 컴백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수치적으로 따지면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은지 묻자, "지금은 그래도 한 80%"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20%를 왜 안 준 거냐면, 앞으로 할 게 훨씬 더 많은 거 같아서다. 그냥 재밌다. 뭔가 다시 태어나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긴 한다"라고 덧붙였다. '너 이제 그만 쉬고 빨리 녹음해!' 이런 느낌이 오는 날이 있었고, 그제야 제이미는 '아, 됐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데뷔한 지는 12년, 솔로로 활동한 지는 10년이 된 제이미는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는 "표현을 잘한다고 하긴 하는데 끝맺음은 잘 못 하는 것 같다. 표현하고 나서 다음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잇는 부분에서 되게 고민하고 가사 부분도 아직 배울 게 되게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음악을 해 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조금씩 커져간다고 한 제이미는 "조금 더 편안한 느낌도 있다. 나의 내공을 믿어도 되겠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 또, 옛날에는 좀 개인주의적인 게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무조건 했다면, 지금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은 뭘까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제이미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이다. 그는 "사실 타인의 생각에 저는 별로 휘둘리진 않는다"라며 "성공의 기준치도 다를 텐데 (저를) 되게 안타깝게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뭔가 (제가) 성공이라는 단어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어느 정도 인정하기도 하고, 아직 그러기에는 (제가) 훨씬 더 할 게 많은데…"라고 밝혔다.
"저는 빠른 길은 선택하지 않으려고 해요. 성공할 수 있는 루트가 있는데 그걸 그냥 천천히 다 배워가면서 느끼면서 그 길로 갈 것이냐, 아니면 숏컷으로 그냥 빵 해서 갈 것이냐. 이렇게 두 갈래 중 선택하라고 했을 때 저는 그냥 천천히 길을 걸으면서 모든 걸 다 배우면서 가고 싶어 하는 편인 거 같아요."
이번 컴백을 알린 프로그램은 2년 전에도 나갔던 '비긴 어게인'이다. 촬영지가 대전이었다. 부모님이 계신 제이미의 고향. 제이미는 "뭔가 인연 같은 게 있지 않나. '웰컴!' 하는 느낌? 대전에서 (노래) 부른다고 하니까 뭔가 뜻깊어진 거 같다. 첫 촬영으로서는 되게 좋은 스타트를 끊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가 흔들릴 정도로 많이 떨리더라. 첫 촬영했을 때 그만큼 저도 초심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많은 대중분들도 제가 어떠한 이야기를 쓰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노래로)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지 그런 음악들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오늘(31일) 저녁 6시 신곡 '배드 럭'을 발표하는 제이미는 "음악에 관련된 건 거의 다 좀 보여줄 것"이라고 활동 방향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