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공수처장 내주 취임 후 첫 인사 단행…'운용의 묘' 살릴까

조직 안정화·수사력 강화 등 방점
"검사는 제외…수사관 등 인력 재배치"
주요 사건 인력 집중 등 포석 나올까
법조계 "가시적인 성과로 가치 입증해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오동운 처장이 취임 5개월여 만에 첫 인사를 단행한다. 수사 검사의 연임 문제를 해결하고 첫 국정감사를 마친 오 처장이 수사력 강화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새판 짜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내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중폭 규모의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에는 검사는 제외하고 수사관과 행정 인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라며 "작은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수처 현원은 처·차장 포함 검사가 15명으로 정원 25명보다 10명이나 부족한 상태다. 향후 신임 검사 채용을 고려하더라도 당분간 20명 미만으로 기관을 꾸려나가야 한다. 기존 검사들이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 연속성이나 효율성을 고려하면 검사 인력 재배치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수사관은 36명(정원 40명), 행정직원은 20명(정원 20명)이다. 이들을 활용한 효율적인 인력 배치로 '운용의 묘'를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인사는 오 처장이 올해 5월 22일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하는 조직 개편이라는 점에서 공수처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존재 가치를 잃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조직 내부의 사기 위축을 막고 다소 느슨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한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해병대원 순직 외압 의혹, 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등 대형 사건에 경험이나 전문성이 풍부한 수사 인력을 집중 배치해 수사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선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병대원 사건의 경우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 주요 관련자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마지막 고리로 지목되는 인물 소환은 요원한 상태다. 지휘부 공백기가 상당 기간 이어진 데다 담당 검사들의 연임이 임기 만료 사흘 전까지 확정되지 않으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감사원 3급 간부의 10억대 뇌물 사건도 공수처가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것이 지난해 11월이다. 사건은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 기관은 사건 처리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 처장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수사 인력 결원 상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집중 수사가 필요한 중요 사건은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등 탄력적으로 인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 연속성이나 조직 안정, 신규 인력 확보 차원에서 보면 검사 연임이 절실하다"고 답답한 속내도 보였다. 주요 사건 수사 장기화를 두고 내외부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면 대형 사건에 수사 역량을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고 기소해 유죄를 받는 케이스가 있어야 검사 정원을 늘려 달라는 볼멘소리가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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