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개인파병 '국회 패싱' 가능할까…규정은 모호

국정원, 참관단‧신문조 파견 부인하면서도 필요성엔 적극 동의
국방부 훈령에 '개인파병' 기준 애매…관계자 "사안 별로 검토해야"
원래는 유엔PKO 파병 등 목적으로 제정…우크라 적용하려니 문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정원 김남우 기조실장, 황원진 2차장, 조 원장, 윤오준 3차장. 국회사진취재단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따라 우리 군도 참관단 등을 파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회 동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정보원은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보도된 참관단이나 신문조 등의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고 용어도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새로운 전쟁 양상과 북한군 교리 파악 등을 위해 "절호의 기회"라는 국정원의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향후 상황에 따라 본격 추진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전쟁 지역에 군 참관단 등의 파견은 '부대 파병'이 아닌 '개인 파병'일 경우 국회 동의 없이 정부 결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문제는 개인 파병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은 부대 파병을 '일정한 지휘체계를 갖춘 국군부대'를 파견하는 것으로, 개인 파병은 '군인 또는 군무원'을 파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훈령 상으로는 참관단이나 신문조가 부대 파병인지 개인 파병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준이 명시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에 파견 규모와 기간,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안 별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일각에선 분대(8~10명)급 이하는 개인 파병으로 간주한다거나 지휘체계 유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 파병 요원도 파병 지역 별로 선임장교를 임명해 본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훈령 제48조)한 것을 보면 이 역시 꼭 들어맞지 않는다. 
 
국회 동의 절차를 우회할 목적이라면, 일단 개인 자격으로 파병한 뒤 현지에서 사실상 팀 체제를 운영하는 식 등의 맹점도 생긴다. 
 
이 훈령은 당초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에 파병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특수 상황에 적용하려다 보니 해석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원래의 훈령은 유엔 평화유지활동 및 다국적 평화 활동으로 파병 범위를 제한했지만, 이후 개정을 통해 '~~ 등의 임무' 문구가 추가되면서 범위가 확대됐다.
 
우리 군 파병은 베트남 전쟁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유엔 평화유지활동이나 다국적군 평화활동, 국방협력에 국한돼왔다. 
 
사실 훈령의 원칙대로라면 우크라이나 파견 참관단에 국정원이 참여할 수도 없다. 훈령은 개인 파병의 대상자를 '군인 또는 군무원'(제2조)으로 규정했을 뿐이다. 
 
물론 2004년 자이툰 부대(이라크 평화‧재건 사단)처럼 비교적 대규모 파병의 경우 현실적으로 국정원 등 정부 요원들도 포함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군 소식통은 "국정원도 (전투요원이 아니란 점에선) 민간인인데 지금처럼 너무 공개적으로 나서다가는 우크라이나 같은 전시 상황에선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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