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미래한국연구소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에 대해 진행한 '미공표용 여론조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비용까지 지불한 이가 조직폭력배 출신 황모(68)씨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황씨의 배경에는 당시 지방선거의 한 기초단체장 출마를 희망했던 C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C씨는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윤 대통령과 관련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3인 중 한 명이다. 더군다나 A, B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일부 돌려받은 것에 비해, C씨 만은 이 같은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서 한 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C씨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후 한 사단법인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낙천했음에도 명씨에게 지불한 '컨설팅비'의 환불을 요구하지 않은 배경과 취업 사이 연관성이 주목된다. 다만 C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공천 대가로 '尹여조 비용' 대납…'뒷돈' 의혹 3인방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2년 1월 17일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300만원을 입금하며 윤 대통령과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황씨는 당시 경남의 한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였던 C씨를 위한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다. 경남 지역의 한 체육회 회장인 황씨는 다른 체육계 인사들과 함께 C씨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고, 본인 페이스북에 C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C씨가 경남 지역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었고 나도 한 종목의 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으니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C씨가 나한테 (지지 호소 게시글) 사진을 보내주는 바람에 (페이스북에) 한두 번 올린 적은 있다"면서도 "내가 우악스럽게 생기고 그래서 누군가의 선거운동을 해 줄 그런 게 안 된다"고 말했다. C씨 캠프에 한두 번 오간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라고도 밝혔다. 또 황씨는 문제의 여론조사를 본인이 신고한 적도, 비용을 댄 적도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황씨가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는 첫 문항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었고, 두 번째부터는 C씨에 대한 인지도 등을 물었다. 해당 기초단체에 출마 예정인 후보들 사이에 C씨 이름을 넣어서 묻는가 하면, C씨에 대해 아는지, C씨가 유력 후보와 맞대결하면 누구를 더 지지할 것인지 등을 조사했다.
C씨는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3인 중 한 명이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제보자 강혜경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서 명태균씨는 강씨에게 "돈은 모자라면 소장한테 얘기해서 A이고, B이고, C한테 받으면 된다"며 "추가로 돈을 좀 받아야 한다. 그거(여론조사) 내가 돌린다고 다 공지했거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씨에 따르면, A씨가 명씨에게 9차례에 걸쳐 1억 4500만원, B씨가 명씨에게 4차례에 걸쳐 8200만원 등 총 2억 27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모두 현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C씨 또한 명씨에게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다만 C씨가 명씨에게 현금을 전달한 횟수나 액수 등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선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명씨는 이 돈이 윤 대통령 여론조사 비용에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명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해당 돈의 용처에 대해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은 선불 카드이기 때문에 돈이 모자라면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 '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가서 받아오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한국연구소는 PNR로부터 회선을 임대해서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전화 횟수마다 값이 책정돼 있고 이를 선불 형식으로 충전해 놓으면 전화를 돌릴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다만 명씨는 대선 이후 치러질 예정이었던 지방선거에 이들이 출마할 테고, 그때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컨설팅 등 명목으로 써야 할 돈을 미리 당겨서 받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당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윤 대통령 캠프에서 조직한 민생안정특별본부 사람들인데, 김 소장이 이들에게 돈이 많다며 도움을 청하라는 취지로 얘기하길래 강씨에게 돈이 부족하면 가서 도움을 받으라고 말한 것일 뿐, 실제 그들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등은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다.
셋 다 공천 실패…A·B와 달리 C만 돈 반환 요구 없더니 협회장으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C씨도 결국 공천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영선 전 의원이 선거보전비용 등으로 이를 갚아주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으로 받은 돈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3천만원씩 줬고, 미래한국연구소에 공보물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지출해 A씨와 B씨에게 각각 3천만원씩 추가로 줬다고 한다.강혜경씨는 김 전 의원이 이들이 냈던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갚아준 이유는 재보궐 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C씨 만은 유독 돈을 갚으라는 요구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C씨가 지난해 2월 한 사단법인 협회장으로 취임했다는 점이다. 해당 협회는 1960년대 설립돼 전국에 80개 회원사를 두고 있는 등 해당 업계를 대표하는 곳이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로부터 위임된 대행 사무를 하기도 하고,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협상 등 대화에 나선다는 점에서 정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회장 연봉은 1억원대 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해당 협회장은 C씨의 이력과는 다소 동떨어진 자리이기도 하다. C씨는 수의사 출신으로 동물병원을 운영하다가 세 차례(18·19·20대) 경남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이력이 있다. 이후 해당 업계와 연관이 있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원장을 하긴 했지만, 업계 종사자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협회장 출신인 D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다 됐으니 누구를 한 번 해달라'고 추천이 오기도 한다"며 "C회장은 업계하고 관련된 인사는 아니다. 지방에서 활동해 유사한 업무는 많이 했겠지만 (협회와 관련된) 공장을 운영하고 이런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C씨, '尹캠프' 특위 위원장 이력도…"돈 준 적 없다" 부인
이를 두고 C씨가 황씨와 함께 대납한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비용에 대한 대가로 해당 자리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C씨는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한 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예비후보로 활동하면서 해당 이력을 앞세우고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C씨는 명씨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고, 협회장 자리도 본인 이력과 관계가 있는 데다가 직접 이사들을 설득하는 등 발로 뛰어 오른 자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협회는 민간단체"라며 "제가 부회장들하고 이사들한테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다, 전문가다'라며 전화를 다 했고, 마침 그들로부터 추천된 사람이 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수의사였지만 관련 공공기관에서 원장도 했고 감사도 한 3년 정도 했다"며 본인의 이력과 현재의 협회 업무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여론조사 기관 사람으로 저도 출마한 경험이 있으니까 당연히 알고는 있다. 출마자들은 진다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 눈치도 보고 동향도 파악하고 그런다"며 "그 정도일뿐"이라고 일축했다. 돈을 줬냐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황씨에 대해선 "체육회 있을 때 알았다"며 "그냥 아는 사람인데, 당시 캠프에 수십 명이 있었기 때문에 황씨가 캠프에 속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