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진료기록부로 수억 보험금 '꿀꺽'…병원장·환자 무더기 검거

정형외과 병원장·환자 등 322명 검거
약 1년간 국내보험사 21곳서 7억원 챙겨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등 고가 시술 이용
1일 보험금 한도 맞춰 허위 영수증 발급
면허 없이 피부 시술한 부원장 입건


허위 진료기록부로 수억원의 실손보험금을 가로챈 병원장과 환자 등 300여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병원장 A씨와 환자 321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에게는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작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보험사 21곳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약 7억 원의 실손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환자들에게 유명 운동선수가 치료받는 방법이라며 비용이 높은 고주파 치료를 유도했으며, 진료기록부는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시술을 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했다.

특히 환자가 한 번 내원해도 여러 차례 내원한 것처럼 허위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 명세서 등을 발급하는 이른바 '진료일 쪼개기' 수법도 동원됐다. 1일 보험금 한도에 맞춰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이런 범행 과정에서 병원 측은 환자 본인 부담을 최소화하고 보험금 청구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환자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병원은 병원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은어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환자 처방을 지시하거나 신입 직원도 쉽게 진료일 쪼개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명서 형식의 관리자 인수인계서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발각되지 않도록 '진료일 쪼개기' 환자들의 명부는 별도의 엑셀 파일로 만들어 작성·관리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병원은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A씨의 방송 출연을 고리 삼아 환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유명 기업 회장의 주치의를 역임했다고 소개하거나 최고급 의료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고 홍보하는 식이었다. 범행에 가담한 환자 대부분은 블로그 광고를 보고 신뢰감이 생겨 내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달 안으로 A씨와 범행에 가담한 환자들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병원에서 면허 없이 피부미용 시술 등 의료행위를 한 부원장 B씨와 실손보험 사기 혐의가 의심되는 환자 43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들의 보험사기 가담에 대해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넘어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시스템의 불신 심화,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의 공범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보험사기 범행은 취약계층의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더욱 커지게 만들고 비필수 의료분야에 대한 과다한 보상으로 보상 체계의 불공정성을 가중시키는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 관련 사건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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