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의 조금 늦은 은퇴식, 마침내 품에 안은 신기록상

여오현 은퇴식. 한국배구연맹

2005년 프로 출범 원년부터 V-리그와 함께한 '영원한 리베로' 여오현이 신기록상과 함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배구연맹은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맞대결에 앞서 여오현에게 신기록상(수비 13,244개)을 수여했다.

2017-2018시즌 도입된 신기록상은 부문별 기준기록상 달성 선수가 '최고 기록 보유 선수'로서 은퇴 시 시상하게 된다. 여오현은 V-리그 최초로 신기록상을 수상한 권영민(17-18시즌 세트 13,031개), 그리고 이선규(18-19시즌, 블로킹 1056개), 이효희(19-20시즌, 세트 15,401개)에 이어 역대 4번째로 신기록상의 주인공이 되면서 상금 500만 원 및 기념 트로피를 받았다.

여오현은 이미 2023-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으나, 당시 소속팀 현대캐피탈은 성적 부진과 감독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탓에 바로 은퇴식을 열지 못했다. 이후 약 6개월이 흐른 이날 현대캐피탈이 마련한 은퇴식에서 마침내 신기록상을 품에 안았다.

여오현은 자타공인 V-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리베로다. 2005년부터 20시즌 동안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코트를 지켜왔다.

기록이 말해준다. 여오현은 09-10시즌 V-리그 역대 1호 수비 5,000개, 15-16시즌에는 역대 1호 수비 10,000개 기준기록을 달성했다. 시상식에서도 리베로 부문의 한자리는 늘 여오현의 몫이었다. 그는 2005년 V-리그 첫 리베로상을 시작으로 05-06시즌, 06-07시즌, 09-10시즌 V-리그 수비상, 14-15시즌과 15-16시즌에는 V-리그 베스트7(리베로)에 선정됐다.

개인 성적뿐 아니라 왕좌에도 숱하게 올랐다. 여오현은 2005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는 삼성화재에서 5번의 정규리그 1위(06-07, 07-08, 09-10, 11-12, 12-13), 7번의 챔프전 우승(2005, 07-08, 08-09, 09-10, 10-11, 11-12, 12-13)을 경험했다.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1위(15-16, 17-18)와 챔프전 우승(16-17, 18-19)을 각 2번씩 거머쥐었다. 이는 역대 남자부 V-리그 선수 중 유광우(대한항공, 정규리그 9번, 챔프전 10번)의 뒤를 잇는 2위 기록이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20시즌 동안 코트를 한결같이 지켜온 여오현은 V-리그 남녀부 역대 최고령 선수이자,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최초 6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여오현 은퇴식. 한국배구연맹

이후에도 지난 시즌까지 코트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그는 이제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수석코치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삼성화재 시절 여오현과 함께 코트를 누볐던 김세진 한국배구연맹 본부장은 "여오현 코치는 자타공인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리베로였다"면서 "특히 한국 배구에 전문 수비수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2번째 커리어에 행운을 빈다"고 덕담을 건넸다.

여오현은 은퇴식에서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 몰랐다. 믿기지 않는다"면서 "좋은 날도, 안 좋은 날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나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팬 여러분의 사랑, 구단의 든든한 지원, 팀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동기부여가 됐고, 원동력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추억들을 기억하고 간직하겠다"고 은퇴 소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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