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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계속) |
전대미문의 감염병이나 전쟁. 동서고금을 통틀어, 0.72명이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비교할 만한 '출산절벽' 사례의 원인은 단 둘뿐이다. 지난해 국내 출산율은 믿었던 세종시마저 0.97명으로 떨어지면서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1명을 밑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한 출산율 '0명대'로 2013년부터 11년째 꼴찌다 보니, 우리의 존립을 남들이 걱정해줄 지경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말 '한국은 소멸하는가'란 칼럼에서 국내 출생아 급감에 대해 중세 유럽인구 40%를 앗아간 흑사병을 능가하는 속도라 평했다. 우리와 비슷한 출산율을 나타낸 곳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란을 겪는 우크라이나 정도다(2023년 기준 0.7명대).
'바닥'을 찍은 만큼 시간을 두고 점차 반등할 거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후 처음으로 전담부처(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공언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임기 내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해 2030년 '출산율 1.0명'을 회복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이제는 시대정신이 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즉 '일·가정 양립'을 전면에 앞세워 신설 또는 확대된 예산의 8할은 육아휴직 확대 등에 투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작 잠재적 출산인구인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란 정부의 선포와 대책이 "따로국밥 같다"고 말한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거나 "'있는 아이'도 불행한 사회 아닌가" 등의 회의적 반응이 여전히 상당한 현실이다. 또 정부 정책이 일정규모 이상 직장에 다니는 '정규직 기혼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청년들은 실질적으로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구 비상사태' 선포國 청년들, 정말 '아이'를 원치 않는 걸까?
"결혼과 출산, 양육이 메리트(merit)가 되게 하겠다"는 약속은 달콤하지만, 정부가 향후 인구정책을 이끌 컨트롤타워(인구부)의 선행모델로 삼은 부처는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주도했던 경제기획원이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발상이 과연 2030세대의 마음과 선택을 돌릴 수 있을까.범부처 저출생 대책이 발표된 지 사흘 만인 6월 22일, CBS노컷뉴스는 정치적 성향과 배경이 각기 다른 20~30대 청년 7명을 모아 집단심층면접(FGI·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FGI는 패널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장시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형태의 조사방법이다. 박희영 기자가 사회를 맡은 이날 좌담은 시종 높은 집중도를 유지하며 7시간 동안 이뤄졌다.
기획팀의 목표는 저출생 이슈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충분히 들려지지 않은'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것이었다. 최종 참여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진보단체 시민활동가 출신인 취업준비생 이학선(25·남)씨, 노동단체 활동가 양희연(33·여)씨, 진보 정당의 선임비서관 최성식(29·남)씨, 중도에 가까운 에듀테크기업 종사자 정하민(26·남)씨와 프리랜서 디자이너 박지원(27·여)씨, 그리고 보수 정당에서 활동 중인 문성호(34·남)씨와 백지원(29·여)씨다.
우선 이들에게 정말 '출산'과 '양육', '가족'에 대한 욕망조차 없는지부터 O·X('네' 혹은 '아니오') 토크로 확인해 봤다. '아이 있는 미래를 막연하게나마 상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청년들은 모두 O('그렇다')를 들었다.
현재 연인이 있는 박씨는 "아이라는 생명체가 너무 귀여우니까, 나에게 아이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생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싶다"며 그 경험의 총량에 연애와 결혼, 출산도 포함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당초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양씨는 언니가 낳은 조카들의 변천사를 보며 '인간이 이렇게 성장하는구나'란 묘한 감정을 느끼는 중이다. 스스로 "기구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밝힌 이씨는 "사랑 가득한 환경에서 좋은 아빠로 살아가는 게 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산 파업'이란 말 왜 나왔겠나"…청년들 옥죄는 '돈·시간 빈곤'
이들은 아이가 주는 특별한 행복에 어렴풋이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삶에 그 미래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다. 청년들이 출산을 선택하길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 걸림돌은 '불안'이었다. 특히 돈과 시간의 빈곤이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혔다.인터뷰에 참여한 7명 중 5명은 실제로 '나는 가난하면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 위계질서가 강한 상사 밑에서 높은 업무강도를 경험한 프리랜서 박씨는 "출산은 그저 '등 따시고 배부른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 같다"고 언급했다.
Q. 가난하면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다?
박지원 "부부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도 생활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각'이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양희연 "저는 당장 의식주 해결도 버거운 생활을 해본 적이 있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다음단계인 연애나 결혼, 출산, 아이 양육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문성호 "경제력이 없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경제력이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쉽게 불행해질 수 있는지 살면서 알게 되지 않나. 만약 내 아이가 (가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걸 지켜보는 저도 무척 괴로울 것 같다. 또 아이가 생기면 육아를 위해 서로 일정 부분 희생하든 한쪽이 커리어를 포기하든 결국 부부에게 부담이 생기게 마련인데, 미리 자산을 갖춰놓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더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
정하민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할 때, 환경적 요인이 정말 큰 것 같다. 결국 비교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이렇게 사니까 내 아이는 더 잘 살아야 해', '남이 이러니, 내 아이는 그렇게 살면 안 돼'라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거다. 행복(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비교의식을 내려놓으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마음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성식 "가난해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말은, 아이를 기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역사회나 국가, 정부 부처, 또는 기업의 지원을 통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대체되고 비전이 생기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가난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다만, 청년들은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가 단순히 '주머니 사정'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 사회시스템이 '너무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학선 "'인간적인 삶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가난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월급이 적으면 부업까지 해서 아이를 키워야 할 텐데, 그럼 내 삶에서 '인간적'이라 부를 만한 (여가 등의) 시간이 없어진다. 또 집이 좁으면 움직일 때마다 같이 사는 사람에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옆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상황이면, 아이를 낳지 않을 것 같다."
특성화고교 출신인 이씨는 지난 2017년 특성화고 졸업반 당시 한 음료 공장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을 떠올리며 "민호군 아버지가 '(아들을) 가난한 집에 태어나게 한 내 잘못'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이학선 "내 아이가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이중구조화 된 노동시장에서 상층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저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을까. 이런 세상을 내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출산 파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노동을 '사람답게' 할 수 있도록 만들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이야기는 (저출생 대책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최성식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계층 이동을 위한 완전 경쟁에 몰입했고 이제는 집을 사고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할 나이가 됐지만, 그 문턱을 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저임금 일자리를 통해 집을 사려 소중한 젊은 시간을 희생하는 대신, 더 나은 사회안전망과 좋은 일자리, 주거 선택의 기회를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곤 하나,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독박'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출산을 기피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박지원 "사회생활에 한창 몰입해야 할 시기에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을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지 않나.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커리어를 희생하면서까지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인식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결혼·출산 등과 관련한 10년간의 가치관 변화를 분석한 결과,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응답자가 2022년 기준 절반을 넘는 것(53.5%)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각은 특히 여성(65.0%)이 남성(43.3%)보다 훨씬 높았으며, 19~24세 연령층에선 57.3%에 달했다. 이처럼 청년 세대는 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생애주기를 더 이상 당연시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이 저출산 조장' 주장엔 의견차…"가부장제 타파"엔 공감대
일각에선 이념적 양극화와 맞물린 '젠더 갈등'이 저출산을 더 심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이대남', '이대녀'(20대 남성과 여성을 이르는 약자)란 신조어도 여기서 비롯됐는데,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지난 대선에서 남녀간 평행선이 더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페미니즘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명제에 엇갈린 시선을 보였다. 보수 정당에 몸담고 있는 문씨와 백씨는 페미니즘이 성(性) 대결을 부추긴 결과,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회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Q. 페미니즘은 저출산의 원인이다?
백지원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연애조차 손해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교제도 꺼리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출산을 생각할 수 있겠나. 대학 시절 극단적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연애와 결혼이 배척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며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참가자 대부분은 페미니즘의 본류는 성평등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그 자체가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위한 운동이지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성불평등이 문제다. 일부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적 행동이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페미니즘 자체가 저출산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하민 "처음에는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만 보다 보니 '이거 정말 나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더 알아보니, 페미니즘 운동은 성평등뿐 아니라 여성 인권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고 소수의 극단적인 사례만 (언론 등을 통해) 부각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의 본질은 성별 불평등을 넘어선 사회 전반의 구조적 차별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학선 "사회에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며 페미니즘은 그중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결하려는 운동일 뿐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보다는 구조적 차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최성식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 운동이 상당히 거세게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과격하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기에는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머니가 10년 동안 할머니를 모셨는데, 가부장제 사회에서 할머니는 '딸을 낳으면 미역국 먹을 자격도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집안일을 거의 돕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는 동아리 여성 후배가 남자친구에게 '뒤돌려 차기'를 당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보며, 이것이 자신 있게(당연하게) 가능했던 배경에 의문이 들었다."
다만,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와 무관하게,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가부장제 타파' 필요성에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이학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전통적 가족 모델은 지속할 수 없게 됐다. 페미니즘은 돌봄과 양육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문성호 "페미니즘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지만 한 가지는 동의한다. 가부장제 타파에는 동의한다. 남성 입장에서도 가부장제는 해체돼야 할 구습이다. 가부장제는 (가족 부양 관련) 남성에게도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지원받으려면 임신부터 하고 결혼해야 하나?"…정부 정책도 '남 얘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두고는 청년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비중 확대 등에 대해 "임신부터 하고 결혼을 하라는 건가"(백씨)란 반문도 나왔다.문성호 "집이 있어야 아이를 가질 텐데,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주택 대출을 해주겠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이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백지원 "정치인들이 대출이나 임대주택 지원한다면서 13평짜리 집에 가서 '애 둘 낳고 살면 딱이겠다'고 한 것은 그들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대주택 정책이 잘 작동하려면 제대로 된 주거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단지 공급량을 늘렸다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어젠다로만 소비되면서, 우리 세대 문제는 공중분해되는 느낌이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출산장려 정책으로 거액의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 '정부가 자녀 1명당 현금 1억 원을 지원한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을 동기부여가 되는가'란 질문을 토대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약 6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23년 기준 출생아 수를 적용해 이 정도 예산(23조 원)을 정부가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과반이 '그렇다'(63.6%)고 했다.
문제는 이 일회성 금액 지원이 양육 보조란 본 목적에 쓰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만약 주택 마련 등에 사용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되레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무차별적 현금 살포가 자칫 출산·육아의 가치를 '돈'으로 등치시킬 위험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Q. 출산율을 높이는 데 현금지원 정책이 큰 도움이 된다?
최성식 "'1억을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는 질문 자체가 매우 불쾌했다. 국민을 그 정도 수준으로 낮게 보는 듯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가계 빚 1천조 시대에 1억 원이라는 돈을 주면 대출 이자 갚거나 주택 구입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그 돈으로 보육시설이나 임대주택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학선 "정부가 일회성으로 큰돈을 주는 것보다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국가가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지원 "돈보다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양육은 그만큼의 시간과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데, 1억 원을 당장 주겠다는 것은 너무 단기적인 접근이라고 느꼈다."
백지원 "지금의 저출산 논의에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고민이 전혀 없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 부모가 될 사람들이 어떻게 애를 낳겠나."
"한국이 싫어"도…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청년들
그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은 NYT 칼럼의 제목처럼 '대한민국이 사라져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길까. 인터뷰에 참여한 7명 중 5명은 '괜찮지 않다'고 답했다. 나머지 두 명은 '나'와 '국가'의 운명을 분리해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Q. 대한민국은 사라져도 괜찮은가?
이학선 "우리나라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섭섭하고 슬프다. (다만) 불평등과 경제위기 등 사회 모순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고 보여진다. 특히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정치권이) 늘 민생을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느낀다. 아이가 안 태어나서든, 서로를 혐오해서든 결국 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를 지켜보려니 너무 섭섭하고 속상하다. 한국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지원 "'나라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배경에는 이 사회가 얼마나 암울한지 (그 현실이) 엿보인다."
문성호 "국가가 망해도 국민들은 여전히 삶을 이어가야 한다. 자기 국가를 갖지 못한 삶이 어떤 것인지 우리나라는 70여 년 전에 이미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성식 "정치권이 우리를 설득할 만한 대안을 내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친구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 계속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