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112신고가 제일 많이 접수되는 홍대 클럽거리에요. 오늘은, 핼러윈 데이 때문에 (홍대가 있는) 마포하고 이태원에 경찰 인력이 중점적으로 배치됐습니다."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를 앞둔 주말인 26일 밤 9시, 서울 홍대 거리는 각종 코스프레와 분장을 한 젊은 청춘들로 붐볐다.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교복을 입은 커플부터 메이드 복장을 한 여장 남성 등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의 개성 강한 '시강(시선강탈)' 비주얼이 가득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6호선 상수역 사이에 위치한 홍익문화공원에 모인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20여 명은 이날 네 팀으로 나뉘어 범죄 예방과 안전 관리를 위한 특별 순찰에 나섰다.
기자와 공원을 마지막으로 출발한 기동순찰대 12팀 팀원은 "핼러윈 기간은 아무래도 인파 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모이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저희의 (순찰) 목적"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청은 지난 25일부터 핼러윈 데이 당일인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시내 인파 주요 밀집 예상지역 15곳과 고밀집 위험 골목길 25곳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홍대와 이태원·강남역 등 주요 지역 중심으로는 일선서 포함 경찰 인력 3천여 명을 투입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2년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벌어진 10·29 이태원참사는 당시 인파 밀집이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경찰이 선제적으로 안전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명백한 인재(人災)'였다는 질타를 받았다. 대규모 사상자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고, 많은 인원이 좁은 골목에 삽시간 몰리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대목을 맞은 홍대 거리에는 술집과 클럽 등 입구마다 '웨이팅 행렬'이 즐비했지만, 일행별로 한 줄로 서 있는 등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떠들썩한 중에도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보행자 편의를 위해 금요일과 주말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는 레드로드 한복판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튀는 코스프레'를 구경하거나 촬영하기 위해 지나가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잠시 다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끼 머리띠를 하고 현장을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하며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 등 유튜버도 상당수 보였다. 일본인·중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차로와 인접한 인도 대부분에는 마포구청 등에서 일찌감치 설치한 빨간색 분리대가 양방향으로 통행을 구분하고 있었다. 레드로드 한가운데엔 '다중밀집 인파사고' 관련 행동 지침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을 통해 노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펜스마다 구청이 부착해둔 '안전거리 확보' 등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기동순찰대 팀원들은 술집이나 바, 클럽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점원들이 지니고 있던 물품 등도 예사롭지 않게 바라봤다. 한 주점 앞에서는 '사탄의 인형 처키' 분장을 한 남성 종업원이 들고 있는 부엌칼 모양의 장난감이 기동순찰대원의 레이더에 걸렸다.
다른 상점 앞에서는 '데드풀' 복장을 하고 있던 남성이 차고 있던 장검과 총도 사용 제지 대상이 됐다. 경찰은 검에 실제 날이 있는지 직접 만져보고 총구 등을 육안으로 다 살펴본 뒤, 다시 주인에게 건넸다. 위해 요소가 있는 흉기가 아니면 압수 조치까지 가는 경우는 없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청 기동순찰1대 김용혁 대장은 "특히 핼러윈처럼 다중인파가 몰린 곳에선 (만에 하나 사고를 막기 위해) 실제로 장난감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야 한다. 진짜 총기나 도검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라며 "안전, 예방활동 차원에서 점검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엔 흡연이 금지된 길가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무리들이 많았다. 경찰은 순찰대가 보는 앞에서 담배꽁초를 버린 한 남성을 적발해 즉석에서 과태료 처분을 하기도 했다.
다만, 홍대 일대 순찰에 동행한 1시간여 동안 최근 열린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 때처럼 '숨을 못 쉬겠다'며 인구 과밀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을 신고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장은 "어제와 오늘(25~26일) 홍대만 놓고 보면, 평상시 사람이 홍대에 많이 모였을 때 못지않게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던 것 같다"며 "그래도 지자체와 소방, 경찰 등이 사전에 시민통행로를 완전히 좌우로 확보했고 좁은 인도 등은 좀 더 넓힌 데다가, 사설 경비업체·자율방범대와 민간 등이 합동으로 질서를 유지해서 현재까지는 안전하게 인파 관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청 기동순찰대는 이태원과 홍대 인근에서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순찰 활동을 이어갔다. 당일 홍대 거리를 비롯한 마포경찰서 관내 지역에는 일선서 인력 외 서울청 기동순찰대(25명)와 소수의 경찰특공대 등 총 3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안전 관리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경찰과 기동순찰대의 주 기능은 예방과 112신고에 대한 출동 등의 대응이다. 이태원 참사 등으로 112(신고사건)의 중요성이 굉장히 커졌고, 양적으로도 급증했다"며 "작년에 공교롭게 이상동기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순찰 활동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기동순찰대가 (올 2월) 신설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란 주제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진행한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재난·참사 없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길에 정부와 국회, 시민들이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故 이주영씨 아버지)은 4·16 세월호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을 언급하며 "이런 사회적 참사가 수십 년이 지나도 반복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이런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두 번 다시 재난 참사로 고통 받는 이들이 없도록 한걸음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고자 한다"며 "누구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나라, 생명이 존중되는 따뜻한 사회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