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정감사 때 "(우크라이나에) 군사요원 파병도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파병 문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각 다른 국감에서 군사요원 현지 파견설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공개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이와 사뭇 달랐다.
한 의원이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파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하자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외교‧국방 장관 모두 대통령실 기류와 다른 진술을 한 셈이다.
물론 '연락관'과 '군사요원'은 개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의원이 앞서 17일 국감 때 '참관단' 파견을 주장한 것을 보면 단순 연락관 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대화는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습니다"는 한 의원의 제언이다.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국면전환용 신종 북풍몰이' '위험천만한 전쟁 사주'로 규정하고 한 의원 제명과 신 실장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적 대화'를 공식 입장처럼 호도해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대통령실은 다양한 정책 제언에 대한 의례적 응대였다며 의미를 희석하려 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25일 두 사람의 대화를 "평생 군과 국토방위를 걱정하며 살아온 분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분노의 토로"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김정은 정권에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면서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정치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며 오히려 역공(逆攻)했다.
이는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객관적 사실과도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지난 2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회의록만 보더라도 김병주, 이언주 의원이 북한과 러시아를 강력 규탄하고 파병 중단과 철수를 촉구한 바 있고, 다른 사례도 있을 것이다.
과장‧왜곡이 일반화된 여야 정쟁이라 하더라도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사적 대화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 역시 보편적 상식과 어긋난다. 사적 대화라면 내용도 사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육사 선후배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공적, 직접적 직무관계가 아닌 두 사람이 '북괴군 폭격'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넵"이라고 흔쾌히 대답까지 한 것은 결코 사적 대화라 할 수 없다.
사적 대화에서 공적 논의가 터무니 없이 이뤄지는 것, 그게 바로 '비선 실세'이고 '국정 농단'이다. 불과 얼마 전 '계엄령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정부‧여당의 자세라고는 정말 믿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