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마지막도 野 "건사인 볼트, 7초 주식 거래" vs 與 "李 압색해야"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포함한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국감이 종료될 때까지 김 여사와 이 대표 관련 공방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법무부·감사원 대상으로 열린 법사위 종합감사에서는 민주당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 신기록이 9초 58인데 김건희 여사는 7초 만에 이걸 다 매도와 매수를 다 했다. 건사인 볼트냐"라고 꼬집었다. 김 여사가 통정매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던) 강혜경씨가 지난 5월에 4000여개의 녹취 파일을 제출했는데, 검사도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올해 9월에 형사4부에 재배당됐다"라며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당 서영교 의원도 "명씨 말에 의하면 3억6000만원어치 여론조사 값 대신 김영선을 공천했으니 월급의 반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라며 "김 여사 하나를 가리고 숨기려고 아주 난리가 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수사 상황을 언급하며 맞섰다. 조배숙 의원은 "검찰에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이 대표의 휴대전화와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이 대표 수사에도 (야당의 논리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같은당 곽규택 의원도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가 카드를 쓴 곳으로 추정되는 식당 이곳저곳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라며 "김 여사는 문재인 정부 때 수사 초기에 무리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등 대상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김 여사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명씨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명씨는 지난 2021년 3월 말부터 7월까지 총 11차례 여론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모두 윤석열 후보가 1위인 것으로 나오면서 당시 야권 내 윤석열 대세론이 형성됐다"라며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에게 여론조사를 조작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공표했던 사실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윤 대통령 부부의 여러 불법 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일련의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국민들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를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다혜씨의 불법 숙박업 의혹과 관련돼 허가받지 않은 숙박업이라는 건 거의 명확한 것 같다"라며 "제주도와 영등포 소재에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나 오피스텔인데 공유 숙박업이라든지 숙박업과 관련된 등록이 안 된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지호 경찰청장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과 담당 부서와 협의에 경찰에서 수사를 하기로 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여사와 이 대표 공방은 국정감사 첫날인 7일부터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지난 7일 행안위, 국토위 첫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에 대해 지적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김 여사의 KTV 무관중 국악 공연 관람을 '황제관람'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날 여당은 법사위에서 이 대표의 재판이 지연된다는 점과 이 대표의 응급 의료 헬기 이송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국감의 시작과 끝을 모두 정쟁으로 채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곳곳에서 막말 고성…"XX 사람 죽이네", "인마", "기생이냐", "X신"
국감이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전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직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기절하자 "×× 사람 죽이네 죽여"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김 직무대행에게 "국감 중 직원이 쓰러진 와중에 '사람 죽이네'라고 하나 저 자는"이라고 말했고, 이에 김 직무대행이 고성으로 항의하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인마", "저 자식"이라고 소리를 치며 손가락질했고, 김 직무대행도 "인마? 이 자식? 지금 뭐 하자는 거냐"라고 항의했다.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 '황제관람' 의혹을 언급하며 '국악인들이 기생이냐'고 발언해 막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후 국악인들이 항의하자 양 의원은 "국가무형문화재 예능 전승자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죄했다.
국감장에 출석한 정부 관계자가 '막말'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 황희 의원이 이른바 '계엄령' 논란과 관련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답변 태도를 지적한 것에 대해 "군복 입고 할 얘기 못 하면 더 ×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격하게 반응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아무리 군복을 입어도 할 얘기는 해야 한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민생 정책 질의 실종…시민단체 "2016년 이후 최악의 국감"
자극적인 정쟁과 막말·고성이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정작 필요한 민생과 정책 관련 질의는 찾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질의를 하고 싶었지만 다들 김 여사와 이 대표 얘기로 시간을 다 잡아먹어서 준비한 질의를 하지도 못했다"라며 "김 여사와 이 대표를 언급하고 큰 소리로 꾸짖어야 카메라에 잘 잡히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시민단체도 이번 국정감사가 2016년 이후 '최악'의 국감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 온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비정부기구) 모니터단'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의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12일 동안 국감에 대해 이들이 매긴 평점은 'D-'였다. 이는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파행됐던 20대 국회 이후 가장 낮은 점수다. 모니터단은 "국회의 감사 기능은 상실됐고 피감기관을 범죄인 취급한 정쟁 국감이었다"라며 "마치 특정 사안을 수사하는 게 목적으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정쟁에 몰두하느라 출석한 피감기관 관계자와 증인들을 '병풍' 취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니터단에 따르면, 22일까지 630개 피감기관 관계자가 국감장에 출석했지만 209개 피감기관(33.2%)은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과도한 '동행명령장' 발부도 국정감사를 정쟁화했다고도 비판했다. 야당은 22일까지 김 여사를 비롯해 국감 불출석 증인 17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단독으로 발부했다. 이날까지 발부된 건을 합치면 20건을 훌쩍 넘는다. 21대 국회에선 4년간 14명이, 20대 국회에선 2명, 19대 국회에선 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