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년 차 세터 한태준(20·우리카드)이 새 사령탑의 입맛에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우리카드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신임 사령탑에 브라질 출신의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선임했다.
새롭게 닻을 올린 파에스 호는 지난 20일 현대캐피탈과의 홈 개막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2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25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대1(25-19 25-22 17-25 25-19)로 제압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태준의 지휘 아래 외국인 선수 아히(23점), 아시아 쿼터 알리(22점), 김지한(13점) 3명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하며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한태준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에서 내 욕심 때문에 한 세트를 내준 것 같다"며 "1, 2세트에선 속공이 잘 안 맞아서 3세트부턴 정교하게 맞추겠단 생각이었는데 잘 안 맞았다. 상대의 기만 살려준 것 같았다"며 자책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나선 우리카드는 4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한태준은 "4세트를 앞두고 감독님께서 서브에 대해 강조하셨고, 블로킹과 디펜스 등에 변화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20점을 돌파한 아히-알리 쌍포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한태준은 "아히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알리는 배구를 잘하는 선수"라며 "아히도 결정력이 있는데, 몸이 올라오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아히한테 더 많이 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잦은 범실은 숙제로 남았다. 아히와 알리는 각각 8개, 6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파에스 감독은 "같이 성장해야 하는 부분이다.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범실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내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아직 과정이기 때문에 끝에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한태준은 "감독님께서 미팅할 때 공격수는 다 포인할 수 없다고 하셨다. 공격하는 것보단 서브에 엄격하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세터 출신인 파에스 감독은 누구보다 한태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한태준은 "내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하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면서 "세터 출신이라서 많이 믿어주시고,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한태준은 비시즌 기간 파에스 감독에게 훈련을 받으며 '생각보다 빠른 배구'라고 표현했다. 그는 파에스 감독의 배구 철학에 어느 정도 적응했냐는 질문에 "볼의 높낮이는 맞아가는 것 같지만, 조직력은 50~60%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