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21년 만에 거둔 감격의 첫 승리였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포수 강민호(39)가 드디어 한국 시리즈(KS) 무대를 밟은 데 이어 승리까지 맛봤다.
삼성은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KS 3차전에서 4 대 2로 이겼다. 1, 2차전 패배 뒤 거둔 반격의 승리다.
이날 경기 MVP는 데니 레예스였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레예스는 7회까지 107개의 공을 던지며 7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쾌투를 펼쳤다. LG와 플레이오프(PO) 1, 4차전 승리까지 포스트 시즌(PS) 3연승이다.
하지만 숨은 공신은 강민호였다. 이날 강민호는 노련한 리드로 레예스의 호투를 이끌어냈다. 이후 계투진을 리드하며 9회초 마지막 KIA의 공격까지 막아냈다.
특히 올해 강력한 정규 리그 MVP 후보 김도영을 2번이나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4회 슬라이더 유인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뒤 6회초에는 속구로 삼진을 이끌어냈다.
위기도 있었다. 9회초 2사 1, 2루에서 마무리 김재윤이 최원준을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에 몰린 것. 더군다나 다음 타자 박찬호가 친 타구가 좌선상으로 빠지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다행히 파울이 되면서 동점을 면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삼성 배터리는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강민호는 김재윤 등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 후 강민호는 첫 KS 승리에 대해 "정말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1, 2차전에서 졌을 때는 '이게 KS인가? 뭔가 시시하네' 이런 생각이었는데 이기니까 정말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하는 강민호에게 레예스가 다가와 "나이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정도로 리드가 좋았다는 뜻이다.
강민호는 "사실 1, 2차전에서는 과감하게 하지 못했다"면서 "같은 구종을 던지면 맞을까 싶어 바꿔서 리드를 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오늘은 어차피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사인을 냈다"면서 "레예스가 역시 큰 경기에서 잘 던져줬고, 가장 좋은 공을 던지라고 했다"고 공을 돌렸다.
2패 뒤에 거둔 반격이다. 강민호는 "역시 홈에서 하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분위기를 바꾼 만큼 내일도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4차전 선발 투수인 원태인에 대해 "1차전에서 워낙 잘 던졌고,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면서 호투를 예상했다.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리겠다는 자세다. 강민호는 "여기까지 온 이상 실력을 떠나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 첫 KS에서 값진 승리의 기쁨을 누린 강민호가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