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삼성의 한국 시리즈(SK) 2차전이 열린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경기 전 KIA 이범호 감독은 삼성의 홈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삼성은 올해 팀 홈런 1위(185개)를 찍었다. 3위인 KIA보다 22개 많았다. 팀 타율 9위(2할6푼9리)에도 득점 6위(770개)에 오른 이유다.
특히 라이온즈 파크는 올해 정규 리그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터진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올해 71경기에서 216개의 홈런이 나와 인천 SSG 랜더스 필드(72경기 194개)보다 20개 이상 많았다.
삼성은 홈 이점을 살려 LG와 플레이오프(PO) 1, 2차전에서 가공할 홈런포를 가동했다. 1차전에서 3개, 2차전에서는 무려 5개의 아치를 그려 10점씩을 뽑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솔로 홈런 허용은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야구장이 작아서 홈런이 많이 나오지만 주자가 모인 가운데 홈런을 안 맞으면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수들에게도 솔로 홈런은 전혀 문제 없다고 했고,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한다"면서 "다만 주자가 있을 때는 홈런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삼성도 그렇게 주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KIA 투수들은 이 감독의 말처럼 주자가 있을 때 장타를 맞지 않았다. 다만 주자가 있을 때 홈런을 내줬는데 문제는 너무 많이 맞았다는 점이다.
KIA 선발 에릭 라우어는 3회말 1사에서 이성규에게 불의의 홈런을 맞았다. 1볼-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시속 151km 속구가 가운데 높게 몰리면서 비거리 125m 좌중월 1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라우어는 5회말에도 홈런을 맞았다. 1사에서 148km 바깥쪽 속구를 던졌는데 김영웅이 잡아당겨 역시 비거리 125m 우월 솔로포를 만들었다. 라우어는 5이닝 8탈삼진 5피안타 2실점으로 나름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KIA 불펜진이 삼성의 대포를 견디지 못했다. 7회말 1차전의 영웅 전상현이 등판했지만 시속 143km 초구 속구를 김헌곤이 벼락같이 받아쳐 좌월 1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KS 1차전까지 시리즈 2번째 1점 홈런이다.
박병호가 전상현을 이번에는 우월 1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슬라이더를 밀어쳐 120m를 날렸다. 박병호는 이승엽 현 두산 감독과 함께 PS 통산 최다 타이인 14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 홈런으로 KS 역대 1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도 세웠다. 1경기 4홈런은 역대 KS 4번째다.
반면 KIA 타선은 이 감독이 강조했던 스몰 볼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작전에 능해 선발로 기용된 7번 타자 서건창은 2회초 1사 1, 2루에서 1루수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다. 5회초 1사 2루에서 서건창은 풀 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라냈지만 김태군이 삼진으로 돌아섰고, 최원준이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좌익수 김헌곤의 다이빙 슈퍼 캐치에 잡혔다.
6회초에도 1번 타자 박찬호가 안타로 출루했는데 그나마 2사에서 도루에 성공한 뒤 최형우의 빗맞은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아 1점을 만회했다. 8회초에도 박찬호가 유격수 내야 안타로 출루, 상대 폭투로 2루까지 간 뒤 김도영의 안타 때 2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결국 삼성이 홈런으로만 얻은 점수를 4 대 2로 지켜 2패 뒤 반격의 1승을 올렸다. 선발 데니 레예스가 7이닝 7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와 함께 경기 MVP로 선정됐다.
KIA는 삼성과 같은 8안타 3사사구를 기록했지만 대포 대결에서 밀렸다. 9회초 2사 만루에서 박찬호가 삼성 마무리 김재윤으로부터 날린 좌선상 타구가 파울이 된 게 뼈아팠다. 다음 타구가 3루수 땅볼이 되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두 팀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펼친다. 하루를 쉰 뒤 KIA의 홈인 광주로 돌아가 28일부터 5~7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