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왜 공수처 검사 연임안 늑장 재가했을까?[권영철의 Why뉴스]

윤 대통령, 연임 신청한 공수처 검사 4명 두 달 넘게 미뤄…
임기 이틀 남긴 25일 퇴근 시간 이후에 재가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연임시키지 않을 거라는 전망 우세했지만,
인사권 남용 논란 의식한 듯
전 헌법재판관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도 위법", "탄핵사유가 될 수 있어"
오동운 공수처장 "4명의 수사검사 연임, 공수처 조직 운영에 매우 긴요"


[박지환 앵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들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4부가 와해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대환 수사 4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 수사3부 송영선 검사, 최문정 검사에 4명의 연임안을 임기만료 이틀을 앞두고 재가했기 때문입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한 발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오세요.

[앵커] 공수처 검사 4명의 임기 만료가 내일 모레, 즉 27일까지인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모레 27일 자정까지 임기입니다.

[앵커] 그 때까지 연임안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대기자] 자동으로 업무에서 배제됩니다.

공수처 인사 규칙에 따르면 인사위가 검사의 연임에 동의 및 추천하면 대통령의 임명으로 연임이 확정됩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모레 27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연임원을 제출한 검사들은 자동으로 업무에서 배제됩니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인데, 세 번 연장이 가능하니까, 3년마다 공수처 인사위 심사를 통과하면 대통령 재가 후 최장 12년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3일 공수처 인사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연임안을 뚜렷한 이유 없이 두 달 넘게 재가하지 않고 있다가 임기만료 이틀을 남긴 25일 퇴근시간 이후에야 재가했습니다.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로 미뤄 자신에게 불리한 검사들의 연임 임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임명하지 않을 경우 빚어질 인사권 남용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공수처 수사 4부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수사를 맡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자] 그렇습니다. 공수처에서 가장 굵직한 사건 대부분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의혹에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까지 맡고 있습니다.

송영선, 최문정 검사가 소속된 수사 3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법무부 장관 재직 시설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4부는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수사를 이끌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 유죄를 받아냈는데, 항소심 선고가 11월 1일입니다.

'고발사주'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기 만료를 앞둔 이대환 부장검사는 손준성에 대한 실형 판결을 받아내고, 그 와중에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까지 수사해 왔다"며 "연임 재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 결과에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자신이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연임 재가를 안 해주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잖아요?

[대기자] 제대로 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답변 먼저 들어보시지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 여러분에게 수사 당국에서 아마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잘 설명을 할 것인데, 그걸 보고 만약에 국민들께서 '이거는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국민들이 그 결과에 납득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연임안을 재가하지 않아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이걸 받아들이겠습니까? 말로는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만든다면 국민들을 속이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습니까?

윤 대통령이 두 달 넘게 시간을 끝다가 임명을 하긴 했지만, 공수처장과 차장 임명과정에서도 그랬듯이, 필요한 인사는 득달같이 하면서, 불리한 인사는 최대한 늦추는 인사 스타일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일 걸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이 국회 법사위 국정 감사 마지막 날이었지요?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 문제가 당연히 쟁점이 됐지요?

[대기자]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 문제는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의 잠시 들어보시지요.

연합뉴스

<장경태 의원>
"사실상 윤 대통령이 수사 기관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자신 관련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고, 대통령의 임명 권한을 활용해서 사적 보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공수처장께서는 항의성명을 내거나 강력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동운 공수처장은 연임 재가를 대기 중인 검사 4명의 이름을 한 사람씩 열거하면서, "이 부장검사는 탁원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 수사관 등 직원을 격려하는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다. 차 수사기획관은 공수처 수사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정의감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송 검사도 판·검사 상대 뇌물수수 인지 사건을 진행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고, 최 검사도 그렇다. 이들이 맡은 업무를 계속할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오 처장은 "공수처장으로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채 해병 사건 수사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말씀드린 4명의 수사 검사가 연임하는 것은 공수처 조직 운영에 있어 매우 긴요하다"며 "대통령께서 연임 재가할 때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거듭 연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을 재가하지 않거나 늦춰서 사건 수사가 지체되거나, 방해를 받는다면,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은데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들의 연임안을 재가하지 않아서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공수처가 사실상 무력화 된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직 한 헌법재판관은  "아무리 인사권이 대통령의 재량권이라고 해도 전후 사정과 목적을 고려할 경우, 연임안을 재가하지 않으면 공수처의 수사에 공백이 발생하고, 특히 그 검사가 윤 대통령 자신이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인데도 임명하지 않는다면 재량권을 일탈해서 위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사권 남용도 위법하다"면서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헌법과 법률위반인 만큼, 재량권을 넘어선 인사권 남용도 탄핵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지금 공수처 수사는 제대로 되고 있습니까?

[대기자] 먼저 전제해야 할건 공수처 수사를 검찰의 수사와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검찰이 항공모함이라면 공수처는 나룻배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공수처의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의 경우도, 공개 소환 조사는 지난 5월 김계환 사령관 이후 누구도 부르지 않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도 다시 부르지 않고 있고, 이시원, 임기훈 등 전직 대통령실 인사들도 소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가 대통령실 앞에서 멈춰선 겁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실 관련된 수사는 제대로 시도조차 안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오동운 공수처장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는데요. 들어보시지요.

<이성윤 의원>"통신기록 확보가 중요한데, 통신영장 청구했습니까? (수사진행 상태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김건희 압수수색 했습니까? 용산 대통령실은 언제 압수수색 하시렵니까? 이러니까 진짜 '공수래' 공수처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처장님 진짜 성과 안남긴 처장으로 남고 싶습니까?"

공수처 검사 정원이 25명인데 현재 인원이 18명입니다. 안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공수처가 만성적인 인력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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