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찬반 갈등 격화…수사 의뢰도

철거 시도 저지하고 찬성 집회에 공무원 개입 의혹 제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주보배 기자

경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두고 찬성과 반대하는 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와 동두천 범시민 대책위원회와 시민 등 400여명은 22일 오후 3시 동두천 소용산 주차장에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촉구했다.

김용일 공동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시민에게 오랜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더 이상 우리 지역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 단체는 동두천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왜곡된 사실로 보존을 논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동두천시 이덕만 경제문화국장도 기고문을 통해 "성병관리소는 동두천의 암울한 과거를 상징하는 시설로, 이제 더 이상 의미 있는 상징이 될 수 없다"며 "우리는 기지촌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아닌, 새롭고 밝은 미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과거 조선 총독부가 역사의 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철거됐던 것처럼 성병관리소도 시민들의 수치와 오욕의 상징을 지우기 위해 철거돼야 한다"고 했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5월(소요산 방문 경험자 200명)과 8월(20세 이상 동두천 시민 500명) 두 차례에 걸쳐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철거'가 각각 89.2%, 60.4%가 나왔다.

지난 8일과 13일 경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진입하려는 굴착기를 몸으로 막았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철거 시도 저지하고 찬성 집회에 공무원 개입 의혹 제기


성병관리소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철거 집행 시도를 직접 저지하며 26일 현재 60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두천시가 지정한 철거 시공업체는 지난 8일과 13일 굴착기를 이용해 성병관리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민단체들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닌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라며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공무원들이 성병관리소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에 참석을 독려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공대위는 지난 21일 동두천경찰서에 동두천시 공무원의 중립 유지 의무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요구하는 수사요청서'를 접수했다.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은 이달 초 심사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임시 지정해야 한다는 도청원 역시 충족 요건인 1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한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정부가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 관리를 위해 설치해 1973년부터 운영했다가 1996년 폐쇄했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2월 29억원을 들여 옛 성병관리소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관광지 확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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