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공백 사태로 촉발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월 2천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의료공백을 막기위해 투입된 건보 재정은 2조 원을 넘겼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오후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월 20일부터 시행 중인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을 월 2085억 원 규모로 비상진료 심각 단계 해지 시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투입된 건보 재정은 누적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의료대란을 막는데 너무 많은 건보 재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부터 건보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오는 2028년에 적립금이 소진되는 등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많은 건보 재정을 쓰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일 국감에서 "무리한 의대증원 추진으로 인해 의료대란이 초래됐다"며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지금까지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이 9월까지 무려 2조 원을 넘는다.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의대증원 추진으로 국민생명에 막대한 위협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위 위원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감에서 "국회 예산정책처 시나리오상으로는 올해부터 건보가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에 준비금이 소진되는데, 의료대란으로 인해 이 시나리오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대란의 끝을 모르겠다고 하니 걱정이 든다. 많은 재정 소요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지 말고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적절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화하는 의료 대란에 건보 재정뿐 아니라 예비비와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도 대폭 투입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두 번 편성된 예비비는 총 2천억 원 규모다. 지난 3월 1차 예비비 1254억 원, 5월 2차 예비비 749억 원이 편성됐다. 예비비는 비상진료체계 아래서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 당직비와 공중보건의 파견 비용, 대체 인력 채용 등 인건비 지원 등에 쓰였다.
재난관리기금도 약 1700억 원이 추가 투입될 전망이다.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재난관리기금 총 1712억 원을 추가 투입하라고 요청했다.
행안부는 의료대란 사태와 관련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전국 지자체로부터 재난관리기금 총 484억 6900만 원을 집행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325억 5500만 원이 집행됐고, 경기(50억 800만 원), 부산(21억 2200만 원), 충남(12억 원) 순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출해야 할 부분에 지출하고 있다'며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건보 투입은 건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며 "또 이러한 것(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에 늘 책임진다는 자세로 의료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공단이 예측한 금년 급여 지출총액보다 적게 나가고 있다"며 지출 대부분은 응급실 중환자, 입원환자, 야간관리료 등에 쓰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