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의 고유함 270% 담긴 '역성'…"큰 자부심 느껴"[EN:터뷰]

지난 24일 세 번째 정규앨범 '역성'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승윤. 앨범 발매일에 맞춰 서울 서초구 예빛섬 야외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신곡 무대를 선보였다. 이승윤 공식 트위터

"꼬박 1년 6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다. 함께 무대에도 오르는 동료들과 음악적 고민을 털어놓은 게 지난해 4월, 세 번째 정규앨범 '역성'의 시작이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겠지만, 이번엔 아니다. "'어? 좀 자부심이 드는 것 같은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을 정규 3집 '역성' 발매 사흘 전인 지난 21일 오전 만났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승윤은 새 앨범 '역성'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각기 다른 질문에 단골로 나온 답이 바로 '역성' 앨범 관련 내용이었다.

짧은 이야기만큼이나 긴 호흡의 이야기도 좋아하고, "정규앨범이라는 단위에 매료돼서 음악 했던 사람"인 이승윤은 2021년 '폐허가 된다 해도', 2023년 '꿈의 거처'에 이어 올해 '역성'까지 총 3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이승윤은 "(정규앨범이) 이 시대나 산업에 아주 꼭 맞는 형식은 아닌 걸 너무 알고 있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 들어주시는 분이 계실 때,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을 때 정규 단위의 앨범을 한 번만 더 내보자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정규앨범을 내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승윤 정규 3집 '역성' 트랙 리스트. 마름모 제공

공동 프로듀서 조희원, 기타리스트 이정원, 드러머 지용희와 음악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머리를 맞대며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우리가 어딘가에 나열되는 사람들인가?' '우리가 어딘가에 장식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인가?' 같은 생각을 했다고 이승윤은 전했다.

"내가 왜 음악을 하고 싶지?" 이런 질문을 떠올리면서도 "아직까지, 다행히, 지금까지는"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승윤은 "지금, 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했을 때 다 쏟아내자고 생각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7월에 낸 선발매 앨범에 든 8곡과 '역성'(Anthems of Defiance) '인투로'(Intro) '스테레오'(Stereo) '까만 흔적'(Echoes of Glow) '너의 둘레'(Around You) '끝을 거슬러'(Against the End)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An Ode to the Unseen Hearts) 등 신곡 7곡을 더해 총 15곡이 이번 앨범에 실렸다.

앨범 이름은 혁명을 이야기할 때의 '역성'의 뜻이고, 공연명 '역성'은 '소리를 거스르다'라는 의미다. 이승윤은 "(작업) 말미에 이 앨범을 매듭지을 만한 메시지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내가 하는 이야기가 '모든 것을 거스르는 내용이구나' 했다"라고 말했다.

이승윤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역성'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했다. 마름모 제공

'거스름'을 함축할 단어를 찾다가 '역성'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승윤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일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더라.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앨범을 저도 모르게 만들고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왜, 지금 '거스름'을 노래하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승윤은 "많이 추상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저희가 2024년을 한국인으로서 살면서 거스를 수 없는 너무 당연한 것들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으로서 고유한 존재로서 아주 특별하거나 다르진 않지만 내 고유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욕망" 덕분이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앨범명과 같은 '역성'이다. 앨범을 구상하면서 '역성'이라는 이름이 먼저 나왔다. '내부 만장일치'를 이룬 곡은 '폭포'(Waterfall)였다. "우리가 정말 자부심을 느끼는 노래"였기에 '폭포'는 선발매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이 됐다. '역성'에 관해서는 "이 노래를 완성해 가면서 단순히 메시지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이 노래가 타이틀이구나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폭포'는 이승윤이 만약 단 한 곡을 남겨야 한다면 택할 만큼 만족하는 곡이다. "저는 '폭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거 같다"라고 직접 말할 만큼. '역성'은 아주 수월하게 탄생한 곡은 아니다. "앨범 차원"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살펴보고, "이 모든 것을 묶는 메시지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계기로 작업해 갔다.

이승윤 정규 3집 '역성' 콘셉트 사진. 마름모 제공

인트로와 벌스 정도만 만들고는 '이거 너무 대곡인 것 같으니 지금 손대지 말자. 손댔다가는 앨범 한참 밀린다. 이거 안 된다'라고 하다가, "그냥 만들어" 낸 게 '역성'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 대곡이 돼서… 저희가 너무 로망으로 생각하는 대곡이 된 거 같다"라는 이승윤에게 '대곡'의 기준을 묻자, "근데 제가 약간 '대곡병(病)'이 있어가지고…"라고 답해 폭소가 터졌다.

"웬만한 노래가 다 대곡이긴 한데…"라며 웃은 이승윤은 "형식적으로 대곡인 건 다른 것들도 있는데, 함께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일치단결됐을 때 (그 곡이) 더 대곡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역성' 앨범에 이승윤의 고유함은 얼마나 들어갔을까. "한 270% 정도 들어간 것 같다"라며 웃은 이승윤은 "저는 정말 완벽한 고유함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시대의 정서와 과거의 어떤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아서 '나는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인지하면서 사는 건데, 제가 인지하고 있는 저를 최대한 다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스스로를 "줏대 없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용기는 없는데 한 번씩 용기 내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승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되게 여러 가지 모순된 캐릭터 가지고 있는데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면서 이상주의기도 하다. 저는 이상에 한 번 매몰돼 봐야 현실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현실을 잘 알아야 이상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갈지(之)자로 계속 뻗어나가는 마음을 이번에는 한번 잘 담아내 보자고 했다"라고 답했다.

'역성' 앨범에는 선발매 앨범 수록곡 8곡과 신곡 7곡까지 총 15곡이 실렸다. 마름모 제공

이승윤은 이번 앨범이 "잡음들의 이야기"였으면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주(main) 멜로디가 있다면, 주 멜로디가 아닌 훨씬 더 많은 잡음이 있다. 잡음이 많은 세상을 사는데 잡음이라 일컬어지는 이름, 마음, 어떤 고민들에 조금이나마 '역성의 용기를 줄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대한 맥락이 있다. 전시되지 않고, 호명되지 않고, 거론되지 않는 이름들에게 마음껏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노래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제가 무명이라는 단어를 선호하진 않지만 그 단어 프레임으로 살고 있을 땐 저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고요. 제 이름을 많은 분들이 연호해 주시는 상황을 사니까 제 이름을 연호해 주시기 위해서는 (제가) 정말 많은 분들 이름과 수고를 빌려야 하더라고요. 어떤 모순된 지점을 사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제 이름을 빛내주기 위해 정말 많이 애써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만든 앨범이기도 해요. 그리고 창작자로서, 혹은 뭐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아직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귀 기울임은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이름을 듣기에 통로가 많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서요."

본인 음악의 장점이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승윤은 가장 오래 고민했다. 그는 "말로는 제 고유함, 각자 개인적인 걸 하자고 하지만 제 장점이라 함은 제 고유함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의 장점은 '이런 걸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애초에 안 했고 만들어지는 대로 만들었다는 거다. 감정적인 대로 감정적이었고 이성적인 대로 이성적이었고 이 앨범이 어떻게 될지 마지막까지 저도 몰랐고 미지수인 상태로 만들었는데도 이 앨범이 만족스럽다"라고 답했다.

시처럼 읽히기도 하는 가사 역시 이승윤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를 꼽아달라고 하자, 이승윤은 "영영 위대하소서 영원히 눈부시옵소서 허나 하나 청하건대 다 내놔"라는 타이틀곡 '역성'의 가사를 소개했다.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기 때문인데,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빈정거림인 거 같아서"라고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윤. 마름모 제공

어떤 때 이승윤은 '빈정거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그는 "당연히 부조리한,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그러는 편인 거 같다. 근데 그 부조리함, 불합리함을 발화하는 대상이 세간의 당위성을 입고 있을 때 돌려 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세상에 불만이 많냐고 하니, "아, 너무 많다"라고 즉답해 다시금 웃음을 유발했다.

'내가 이 앨범을 만들려고 음악을 시작했나 보다'라고 생각한 건 이번 앨범이 처음이었다고, 이승윤은 털어놨다. '역성'은 이승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결과물이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물음에도 그는 어김없이 "'역성'이란 앨범을 만든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이 '큰 만족감'이 다음 앨범 작업에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이승윤은 "그때 제가 아마 느끼게 될 고통이겠지만 저는 지금 이 친구(앨범)에 대한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그때의 고통은 지금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스포츠로 치면 5연패 6연패 하는 위대한 팀도 있지만 단 한 번의 승리로 회자되는 팀들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함께 곡을 만든 이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그러자 이승윤은 "저희는 정말 자화자찬밖에 없는 집단이라서"라며 '하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이어 "그저께 제가 부산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 전날 리허설을 하면서 기타리스트인 이정원씨가 '아, 역성에는 뭐가 있다고! 하~' 하면서 혼자 맥주를 여섯 캔 마셨던 기억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20~30년 후에는 (제가) 역성의 대상이 되겠죠. 역성의 대상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밝힌 이승윤의 세 번째 정규앨범 '역성'은 지난 24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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