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다. 배우 박정민에게 있어 첫 사극에 첫 검술 연기였다.
검마저 무거워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한 번 크게 휘두르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검술 액션으로 인정받는 배우 강동원도 박정민의 검이 유독 무거웠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7년이라는 세월의 시간을 계산하고 연기를 했어야만 했다. 박정민이 이종려 역에 대해 매 순간이 어려웠다고 말한 이유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정민은 "내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연기하면 되는데, 커다란 사건들이 갑자기 훅훅 들어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종려의 감정 표현이 부족하면 전체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더 증폭시켜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촬영이 거듭될수록 이 영화에 맞는 연기가 나왔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검술 연기를 언급했다. 박정민은 "7년 만에 만난 천영(강동원)과 싸울 때 예전보다 대등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면서 "종려의 검술은 울분이 담겨 있고 감정에 실린 칼사위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며 액션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첫 사극 도전…"선배님 연기 보며 찐이라고 생각했다"
첫 사극 도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 사극풍의 연기를 해볼 좋은 기회였다"며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하 이덕형을 연기한 배우 조한철의 모습을 보고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고도 한다.
그는 "내가 아무리 사극톤으로 연기를 한다 해도 선배님의 모습을 못 따라가겠더라"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렇게 하면 진짜 찐이더라, 조선시대 사람 같았다"고 감탄했다.
김상만 감독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박정민은 "제가 연기하면서 뭔가가 잘 안 풀리거나 연기하기 어려울 때 감독님에게 말씀드리면 (그 자리에서) 그냥 펑펑 웃으시기만 한다"며 "이후 카메라 앵글이 수정된다든지, 대본이 수정된다든지 제가 걱정했던 것들이 다 해결돼 있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말로 한다기보다는 감독님께서 듣고, 생각하고, 바꿔서 보여주시니까 그만 찡찡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연출을 하실 때가 있으셨다"며 "촬영하면서 번뜩이는 분이시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박정민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봤을 때 자신이 찍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며 결과에 대해 만족스러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편집의 속도감이나 음악, 컴퓨터 그래픽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제가 예상했던 경계선을 벗어났다. 사람은 역시 자기 경험 안에서만 상상하더라. 작품이 굉장히 좋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의병이 나온) 영화의 절반은 현장에서도 못 봤기에 작품을 즐기면서 본 거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다가온 거 같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과 인연 밝혀…출판사 차린 사장님
박정민은 영화 '전,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 '시동' '변산'에서 나온 제 모습을 좋아하셨다는 거에 놀랐다"며 "그런 영화를 안 보실 거 같지 않느냐. 집에서 사모님하고 같이 보셨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데 왜 '헤어질 결심'에서 홍산오 역을 줬는지라고 생각했다"며 "헤어질 결심에서 연기가 나쁘지 않았는지 단편 영화인 '일장춘'몽에도 출연시켜 주시고 '전,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웃었다.
쉴 틈 없이 작품을 찍는 박정민이지만, 정작 본인이 나온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막 다시 보기 시작한 영화가 '동주'라고 고백했다.
그는 "'타짜: 원 아이드 잭' '변산'까지도 못 갔다. (다시 보면) 마음만 아파지더라"며 "제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다시 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박정민은 본업인 배우에 이어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이기도 하다.
그는 1인 출판사 사장으로 사는 삶에 대해 "저를 믿고 원고를 맡기다 보니까 책임감이 생겼다"며 "제가 그냥 글만 썼을 때와는 또 다르더라. 책이라는 게 글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며 "저한테 온 작가의 원고를 어떻게든 잘 포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우가 주어진 이야기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면 출판사의 경우 제가 포장지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행복해지더라"고 말했다.
새벽에 뉴스레터 신청도…"내년엔 꼭 휴식"
그는 자제력이 약해지는 새벽 시간에 충동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품을 쓰는 것은 물론, 문학동네 뉴스레터 연재도 새벽에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박정민은 "시에 관한 뉴스레터여서 평소 시도 잘 안 읽는데 시도 좀 읽게 됐다"며 "잘 모르겠다고 쓰는 것 자체도 재미있더라"고 전했다.
내년에는 마음먹고 쉬겠다는 박정민. 그는 휴식을 취하며 본인을 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번 썼던 표정을 계속 쓰거나 썼던 말도 계속 쓸 수 없으니까 살펴보려고 해요. 하다못해 제가 저한테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잘 모르니까요. 내가 누구랑 만났을 때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이런 거를 살펴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걸 너무 무시하고 살았던 거 같아서 이번에 한번 브레이크를 걸어보려고 해요."
한편 지난 11일 공개된 영화 '전,란은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카타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총 74개 국가에서 톱10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