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법이나 헌법에 대한 맹세를 어기더라도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 군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를 언급하며 "켈리는 '트럼프가 히틀러가 가졌던 장군을 원한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전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히틀러도 좋은 일을 했다'고 수차례 말했다"며 "그의 역사적 인식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시스트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파시즘의 정의는 극우 권위주의, 초국가주의 정치 이념과 운동으로 독재자, 반대파에 대한 강제적 억압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확하게 묘사한다"고도 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켈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질의응답없이 3분간 진행됐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트럼프 비판에 할애했다.
이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의 '민주주의 위협'을 거듭 강조하면서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한 주간 트럼프는 동료 미국인을 내부의 적이라고 반복했고, 심지어 연방군을 동원해 미국 시민을 내쫓겠다고 말했다"며 "여기다 600만명의 유대인과 수십만명의 미국인을 죽인 히틀러를 소환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두번째 임기에는 존 켈리 같은 사람이 그의 주변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의 인터뷰 내용을 재빨리 선거 국면에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 백악관 핵심 참모가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또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가 어떻게 권력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 경고'가 담겨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전날 위스콘신에서 열린 집회에서 히틀러가 언급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등에 대해 "나를 몹시 언짢게 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poisoning the blood of our country)"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 나치 정권의 유대인 말살 주장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제이슨 스탠리 미국 예일대 교수는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독일인의 피가 유대인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한 발언을 연상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캠프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히틀러를 칭찬하지도 않았고, 켈리 전 비서실장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해리스의 이같은 '위험한 수사법'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