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 재판에서 '증거 위법성'을 두고 검찰과 송 대표 측이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송 대표의 결심 공판을 열기로 해 올해 안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송 대표의 재판을 열었다.
양측은 이날 '이정근 녹취 파일' 등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한지를 두고 맞붙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한 사업가로부터 알선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22년 10월 자신의 휴대전화를 검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냈다.
이씨의 휴대전화 속 통화 녹취 파일을 분석한 검찰은 이듬해 돈봉투 혐의를 인지해 송 대표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임의로 제출받은 증거를 한계 없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먼저 "이 사건의 증거는 검찰이 영장을 제출하거나 임의제출 의사를 명확히 확인해 (수집한) 적법한 증거"라고 했다.
검찰 측은 이씨가 대상과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임의제출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수사 과정이나 다른 돈봉투 살포 사건의 재판에서 선서한 상태에서도 여러 차례 동일한 취지로 명확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녹음파일로 기소된 윤관석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을 심리한 재판부도 임의 제출 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유죄를 선고한 점도 강조했다.
반면 송 대표 측은 "(이정근의) 알선수재 (수사가) 기폭제가 돼 압수된 휴대전화를 증거로 돈봉투 사건을 인지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별건 수사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의제출 된 녹음파일이 검찰 서버인 디넷에 보관됐다. 이후 추가 영장 발부 없이 탐색 돼 돈봉투 사건의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에서 위법수집증거"라고 했다.
송 대표 측은 또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내 압수수색 범위를 벗어나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자료까지 확보했고, 이후 돌연 먹사연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직접 발언에 나선 송 대표는 돌연 이씨가 휴대폰을 제출한 점을 지적하며 "특수부 검사가 이 잡듯이 하면 안 걸릴 사건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또 "기소를 인정하지 않기에 검찰의 신문에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리를 마친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송 대표의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피고인 신문은 하지 않고, 검찰 측이 먼저 2시간가량 구형과 사유를 밝힐 예정이다. 송 대표와 변호인은 1시간 30분에 걸쳐 최후 진술·최후 변론에 나설 계획이다.
선고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송 대표가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2021년 3~4월 총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0년부터 외곽 후원 조직인 먹사연을 운영하면서 각종 정치활동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7억 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