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소득자 위한 정책" 광양시 대학생 등록금 사업 '좌초 위기'

제332회 광양시의회 임시회 상임위서 부결
"절차 무시, 오히려 차별 조장" 지적 쏟아져
시, 내년 초 용역 실시 및 의견 수렴 후 강행

지난 11일 열린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회의. 광양시의회 유튜브 캡처
 
정인화 전남 광양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대학생 전액 등록금 지원 사업이 결국 공감대 부족으로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광양시는 예산 5천만 원을 들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제332회 광양시의회 임시회에서 논의된 광양시 '(재)백운장학회 대학생 전액 장학금 지원사업 2025년 예산 출연 동의안'이 상임위인 총무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광양시 출신 대학생들에게 전액 등록금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국가 전액 등록금 또는 포스코와 같은 기업 등록금을 지원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주기간에 따라 50~100% 차등 지급하는 것을 골자고 하고 있다.
 
그러나 광양시가 사업 주체를 재단법인 백운장학회로 선정해 추진하면서 방식과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지자체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시 출자기관인 백운장학회로 예산을 우회 편성했다는 게 시 안팎의 해석이다. 또한 매년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중장기 계획과 함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업은 2025년은 4학년부터 시작해 2028년에는 모든 학년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연차별 소요 예산은 2025년 15억 원부터 매년 15억 원이 증액돼 2028년 60억 원 규모로 커진다.
 
사업은 연차 별로 확대되는데 내년에는 대학교 4학년을 먼저 지원하고, 1년에 한 학년씩 늘려서 2028학년도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체 지원할 계획이다.
 
김보라 의원은 "10년, 20년 추진될 사업으로 재정의 건전성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기지방재정계획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런 대규모 정책사업을 할 때는 정책 연구 용역을 맡겨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예산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절차를 거친 후 심의를 통해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필수적인 절차들이 생략됐다"고 꼬집었다.
 
겉으로 보면 대학생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 같지만,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업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백성호 의원은 "우리가 선택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누구를 지원해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인가. 빈부 격차라든지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정된 재원으로 빈부의 격차를 다소라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책인가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보라 의원은 또 "이 사업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국가나 기업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고가의 사교육에 의해 수도권 의과대학이나 사립대학교에 진학할 경우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서영배(중마)의원은 "국가장학금에서 제외된, 소득 10분위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정에 장학금을 제일 많이 주는 셈"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은 도움을 못 받고 돈 많은 사람들은 많이 받게 되는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서 의원은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들에게 원룸비나 생활비를 지원하는게 사회 균형을 맞추는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광양시는 내년 초 예산 5천만 원을 들여 타당성 입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공청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교육청소년과 정용균 과장은 "이 사업은 모두가 공평하게 부담갖지 않고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시도했던 사업인데 국가장학금과의 관계 때문에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회 의견을 수렴해 사업 추진 방향이나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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