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민간인 사찰했는데 무혐의?"…시민단체, 국가 손배소 제기

시민단체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했다" 주장
경찰 "미행·촬영 인정되지만 합리적 정보수집 활동"
대진연·촛불행동 등 원고 12명 "위법함 확인 받겠다" 손배소 제기

연합뉴스

경찰이 민간인을 미행·촬영한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자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법원을 통해 위법을 확인받겠다"며 국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모인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의 태도가 소극적인 상황에서 원고들은 법원을 통해 국정원의 사찰 행위가 위법함을 확인받고, 국가로부터 손해를 배상받고자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회원 12명이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1인당 500만 원~2천만 원이다.
 
해당 사건은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회원 주지은 씨가 자신이 사찰 피해를 문제를 삼으면서 알려졌다. 주씨는 지난 3월 22일 서울 강남구에서 국정원 직원 이모씨가 자신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와 대학생진보연합의 대학생 등 다른 시민단체 회원들에 대한 사찰 정황을 보고 지난 3월 24일 경찰에 고발했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국정원 민간인 사찰 국가배상청구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리인단 단장인 백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이씨와 검찰·경찰·국정원 관계자들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씨가 경찰관들에게 선물과 향응을 제공하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이씨가 이들을 사찰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혐의는 없다고 봤다. 수사결과 통지서에서 경찰은 "이씨를 비롯한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이 김 대표와 주씨를 미행·촬영하며 동향을 파악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했던 합리적 근거·사유가 확인되는데, 이는 국정원 내부 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쳐 승인을 얻은 다음 착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원고들의 평소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비밀리에 미행, 망원 활용, 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수집해 헌법으로 보장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 회원이자 국가 손배소 원고로 참여한 주지은 씨는 "길을 걷다가도 뒤를 돌아보거나 혹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는지 종종 의심하게 된다"며 "더 이상 국가폭력으로 선량한 시민들의 일상이 파괴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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