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돌린 여론조사 비용 중 일부를 김영선 전 의원이 대신 갚았다는 취지로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여론조사 비용에 대한 대가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 핵심 의혹인데, 이 중 일부를 인정한 셈이다.
명태균 "김영선이 세비로 빚을 갚든 말든 개인 돈"
22일 명씨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혜경씨는 명씨가 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 비용 3억 7천만원을 썼는데, 그걸 받는 대신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고 이후 김 전 의원으로부터 세비를 절반씩 받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입장인가'란 질문을 받았다.그는 "그 3억 얼마에 제가 강혜경씨한테 준 돈이 한 6천만원 정도 된다. 그 돈까지 합해서 (올해) 8월 27일 강혜경씨가 내용증명을 보낸다. 김영선 의원한테"라고 답했다. 맥락상 당시 명씨가 강씨에게 여론조사에 사용하라며 본인 돈 6천만원을 보탰고, 강씨가 이 돈까지 전부 김 전 의원한테 갚으라고 청구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만해도 강씨와 명씨는 같은 편이었다.
명씨는 "세비라는 건 김영선 의원이 열심히 일을 해서 활동을 해서 받은 돈이고, 그 분의 통장에 들어오게 되면 그분이 빚을 갚든 그분이 차를 사든 그건 개인 돈이지 않나"라며 "그분이 돈을 다 모아서 (올해) 1월 16일 9천만원이라는 돈을 4명한테 나눠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회계책임자인 강씨를 통해 약 6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명씨는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외 김 전 의원으로부터 매달 월급(세비)의 절반씩 받아 총 9천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만약 명씨가 받은 돈이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 아닌,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고 이를 나중에 김 전 의원이 준거라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천을 대가로 대납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명씨는 왜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 대신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줬는지에 대해선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
명태균, 제보자 강혜경 저격…"회계 담당했는데 영수증 1억 부족"
명씨의 이번 인터뷰는 주로 강씨에 대한 '저격'이었다.
그는 김영선 전 의원이 9천만원을 4명에게 나눠준 사실을 언급하며 "올해 1월 16일 강혜경을 통해서"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강혜경씨한테 돈을 줬거든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강혜경씨가 내용증명을 보낸다. (올해) 8월 17일"이라며 "저는 1월 16일 (돈을) 받았는데, 강혜경씨가 8월 27일 또 그걸 청구한다. 두 번 왜 청구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건 검찰 수사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이 돈을 갚은 사실을 강씨가 모를리 없을 텐데도, 추가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명씨는 강씨가 '횡령'을 저질렀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강씨는) 이렇든 저렇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파장은 컸지만 제가 예전에 데리고 있던 직원 아니겠나"라면서도 "도 선관위에서 2023년 회계 영수증이 한 1억 넘게 부족하다. 강씨가 회계 담당을 했는데, 후원금을 내신 분들 중에서 영수증을 못 받으신 분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시는 분들도 연락이 많이 온다"라며 "그 금액이 1억 3천만원 가까이 된다"고 덧붙였다.
명태균, '27명 리스트'에 "죄송하고 미안"…꼬리 내렸나
명씨는 질문에서 벗어난 다소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그는 '강혜경씨는 명씨가 김건희 여사가 돈을 챙겨주려고 한다고 해서 여론조사 비용 내역서를 만들어서 보냈는데, 돈은 안 받아오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다. 그 공천에 김 여사가 힘을 썼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저는 대선 기간 동안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며 "김종인 위원장께서 그렇게 권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선이 3월 9일인데 (강혜경씨가) 3월 21일 걸 갖고 얘기를 한다"며 "매일매일 자료를 갖고 김해공항에서 서울로 갔다 이렇게 처음에 주장했지 않나. 비행기표가 하나도 없을 거다. 저는 그런 적이 없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대선이 끝난 후 명씨가 비용 정산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간 것을 언급했는데, 엉뚱하게 대선 기간 비행기를 탄 적이 없다는 것만 강조한 것이다.
다만 명씨는 이날 기존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다소 꼬리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날 공개된 명씨가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정치인 명단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27명'에 대해서도 "제 이름을 대고 얘기하면 그분들한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라며 "그분들 얼마나 황망하고 황당했겠나. 저도 똑같은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본인의 최측근이었다가 제보자로 돌아선 강혜경씨에 대해서도 "제가 우리 앵커님하고도 통화하면서 한 5시간 이상 될 것 같다. 그런데 강혜경씨에 대해 제가 지적하거나 그분에 대해 어떤 안 좋은 말을 하거나 이런 적이 있던가"라며 "그 친구도 고생 많이 한 친구"라고 말했다.
또 "강혜경 씨가 1년 뒤에 과연 그분(민주당)들이 강혜경 씨를 끝까지 보호하실까요? 저는 그런 게 걱정이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이렇든 저렇든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파장은 컸지만 그래도 예전에 데리고 있던 직원 아니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언주, 나경원, 인철수 등 '명태균 리스트' 당사자들 반박
강혜경씨는 이날 지난 2022년 9월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당시 조문 일정이 하루 늦춰진 것과 관련해 그 이유가 명태균씨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새롭게 폭로하기도 했다.
강씨는 "외국에 해외 방한할 때 꿈자리가 좀 안 좋다 비행기 사고가 날 거라고 해서 일정을 변경을 해서 방한한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명씨는 과거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며 반박했다. 해당 메시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 씨 조언 때문이라고 전해진다'는 출처불명의 글을 김 여사가 보내자 명 씨가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다고 답하는 내용이다.
강씨가 법사위에 제출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를 두고도 후폭풍이 이어졌다. 여기엔 명씨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정치인 27명의 이름이 담겼는데, 여권 인사 외에 야권 인사 3명도 포함돼 있다.
리스트에 포함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관계없는 정치인을 리스트에 올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서 도움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명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 오히려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명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