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김건희 여사 의혹 규명 등 한 대표의 3대 요구는 수용되지 않으면서 당정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차 회담을 조율 중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한 대표가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양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진척될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회담 테이블에 김건희 특검법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와 특검법 협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韓 끌어당겨 尹 고립 전략…"尹 부부와 같이 죽을 수 있어"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와 이 대표 측은 양 대표 간 2차 회담을 위한 시기와 의제 등을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실무 논의를 위해 내부 조율을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국정감사와 이 대표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이르면 다음주쯤 일정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앞선 윤-한 면담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이번 회동이 갖는 의미가 커졌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당초 회동 논의는 가볍게 시작됐다. 이 대표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을 잘 하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3시간 뒤 한 대표가 이 제안을 갑자기 수락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 대표의 전격적인 회담 수용은 대통령실 '압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의혹 해소 등 '3대 요구'를 내걸면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야당 협조 카드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정작 면담 성과가 없는 데다, 대통령실 의전 등을 두고 친한계 사이에서 "굴욕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당정 갈등으로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에 민주당은 한 대표를 끌어당기려는 눈치다. 당정 갈등의 균열을 파고들어 대통령실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여론을 의식 중인 한 대표를 자극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방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며 "한 대표는 회동 전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했는데, 이제 한 대표도 결단해야 한다. 특검을 거부하면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같이 죽을 뿐"이라고 압박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대란과 같은 시급한 문제와 민생문제도 논의하겠지만 '명태균 게이트'로 점점 더 짙어가는 김 여사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특검 법안 협상에 나서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세 차례 김 여사 특검법을 만들면서 발의 때마다 법안의 수위를 올려왔다. 수사대상을 13개로 넓히고, 여당은 특검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게 했다. 한 대표가 원안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수사대상이나 특검 후보 추천 방식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특검법 추진…대통령 거부권에도 장외집회 통해 여론 고조
민주당은 한 대표가 당장 결단을 내리지 않더라도, 대통령실 고립은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 국면이고, 향후 김 여사 관련 의혹이 확산하면 부정 여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원내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14일쯤 김 여사 특검법 표결에 나선다.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는 김 여사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부정 여론을 빠르게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맞춰 야당은 김 여사에 대한 부정여론을 키우기 위해 다음달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를 통해 여론을 끌어올려 이전보다 커진 세를 과시할 경우 한 대표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에서도 현실적으로 당장 속도감 있는 특검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이 반복되고, 광장에 시민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한 대표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