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약 제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는 의사와 병원 직원이 구속됐다. 경찰의 해당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의사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으로 입건된 의사 수만 300명이 넘는 가운데,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의사 조모씨와 병원 직원 정모씨에 대해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의사 이모씨와 김모씨에 대해선 각각 "범죄 성립 여부와 범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증거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경찰은 이들이 고려제약 약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고려제약으로부터 수억 원에 달하는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사 3명이 최근 5년 동안 받았다고 경찰이 파악한 금액만 4억 2천만 원이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영업사원 등을 통해 의사들에게 자사 약을 처방한 대가로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체 리베이트 규모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총 346명을 수사하고 있다. 입건된 의사만 305명이다.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 사례가 나온 만큼 경찰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범죄 혐의 소명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경찰은 고려제약 임직원 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경찰은 이들이 각각 회사의 영업 관리 업무와 회계 사무를 맡으며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관여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주거 등 사회적 유대관계를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