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불매운동 조롱 논란에 사과했지만 정작 논란이 된 공모전 출품작 '이세계 퐁퐁남'에 대한 조치는 없어 독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1일 공식 SNS에 "지난 16일 공식 계정에서 '불매운동' 밈을 사용한 게시물이 게재 된 경위를 말씀드린다. 해당 게시물은 최근 불매운동 관련 여론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0일에 작품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해 활용했던 소재"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로 이전 게시물이 복사 및 신규로 재발행되며 일시적으로 노출이 늘었고, 발견 즉시 해당 소재를 삭제했다.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마케팅 소재 검수 및 게재 프로세스를 재정비했다"라고 조치를 취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으로 인해 곤란하셨을 해당 작품의 작가님을 포함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감사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네이버 도전만화 '이세계 퐁퐁남'을 두고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졌으나 네이버웹툰이 이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여성 독자들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일명 남초 커뮤니티의 '설거지론'에서 나온 '퐁퐁남'은 여러 남성과 성관계 한 여성을 '더러운 그릇'에 비유해 이 같은 여성과 마지막에 결혼한 남성이 마치 주방세제인 '퐁퐁'처럼 '설거지(뒷처리)를 맡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욱이 '설거지론'에 쓰이는 '설거지'란 개념 자체가 주식 용어로 쓰이기 이전,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 속 집단 성폭행 은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독자들은 네이버웹툰 유료 서비스 환불 및 서비스 해지, 네이버웹툰 앱 삭제, 네이버웹툰 원작 기반의 각종 펀딩, MD상품 불매, 네이버웹툰 계열사 불매 등에 나섰다. 무엇보다 네이버웹툰은 비하 의미가 검증되지 않은 집게 손가락, 여초 커뮤니티 사용 단어 등에 항의가 나오면 수정해 온 바 있어 '선택적 검열'이란 지적이 나온다.
226명의 작가가 모인 웹툰 작가 연합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날 공식 입장을 냈다.
웹툰 작가 연합은 "16일 네이버웹툰의 혐오 표현 방치와 차별적 검열에 항의하는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무대응 속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 공식 SNS에 불매운동을 조롱하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는 문구로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이런 대응은 독자들을 기만하고, 작가의 신뢰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짚었다.
이어 네이버웹툰 측에 △ 독자와의 소통 노력, △ 웹툰 작가 대상의 차별적 검열에 해명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공개할 것, △ 미흡한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 등을 요구하며 11월 5일까지 관련 답변을 촉구했다.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독자들 사이에서는 네이버웹툰 작품들 전반에 깔린 여성혐오적 문제점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수정된 동의 없는 성관계 장면을 비롯해 불법촬영 보복, 물고문, 집단 성폭행 은유 등 장면, 성행위 연상 연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에서는 청소년들이 접근 가능한 15세 등급 웹툰도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네이버 일부 직원들의 여성혐오 발언과 함께 불매운동을 조롱한 댓글들이 확산돼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6월 말 나스닥 상장으로 글로벌 K-웹툰의 시대를 연 네이버웹툰이 과연 거듭된 악재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