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채식주의자, 노벨상 탔으니 복원하라? 학교자율성 침해"(종합)

교육위 국감서 '채식주의자' 유해 도서 지정 논란 질의
임태희 교육감 "내 아이라면 고교 졸업 이후에 권할 것"
민주당, 조국혁신당 "유해도서 지정은 '검열'" 지적
임 교육감 "유해도서 지정, 학교도서심의위원회 권한"
"학교 판단 존중…폐기도서 원복은 자율 기조에 맞지 않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좋은 작품이지만 민망할 정도의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22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한 의견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백 의원은 "특정 단체의 주장에 따라 경기도에서만 2528건에 달하는 성교육 도서가 검열 폐기됐다"며 "이런 편향적 지시가 세계적 문학 작가인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폐기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냐. 유해한 성교육 도서로 선정될 작품 같았냐"고 물었다.

임 교육감은 "표현 하나하나가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충분히 (노벨문학상 수상이) 납득간다"며 "다만 채식주의자의 2편인 몽고반점이나 이런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내용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육적으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이해가 간다"며 "내 아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질의에 나선 민주당 정을호 의원은 "지금까지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폐기된 것만 알려졌는데, 그런 식으로 폐기된 도서는 무려 2517권에 달하고, 이에 더해 열람이 제한된 도서도 3340권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을 보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며 "이로 인해 일선 학교 중 94%가 이를 기준으로 점검한 뒤 도교육청에 보고했는데, 이는 도서 검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김문수·진선미·고민정,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 등도 관련 질의를 이어가며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분류된 것을 두고 '검열',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 일시품절 안내문이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임 교육감은 유해 도서 지정은 학교의 자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에서의 도서 구입 또는 폐기는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로 구성된 도서심의위원회의 전적인 권한으로, 학교 자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위원회의 전적인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해 도서 지정이 '검열'이라는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연히 도서 검열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학생들 교육과 지도 차원에서 영화도 연령별 제한이 있듯이, 도서도 학생 발달단계에 따라 권장할 게 있고 지도가 필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니 (폐기된 도서를) 살려내라는 지시는 자율 기조에 맞지 않다"며 "학교에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다시 학교도서관운영위 심의를 거쳐 복원하는 게 균형에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고, 각급 학교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는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했다. 폐기 사유로는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 것, 성행위·성관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또 용인시와 여주시의 중학교 각각 1곳이 '채식주의자'를 열람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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