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소송 막바지…ECU 전문가 증인 나선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사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차량 엔지니어 출신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채택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2부(박장준 부장판사)는 22일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였던 도현 군의 할머니 A(여.60대)씨 등 유족 측이 차량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7억 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7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유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판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차량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족 측이 신청한 증인은 ECU 소프트웨어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의 현직 변호사인 박정철 변호사다.

A씨 측 소송대리인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박 변호사는 그냥 일반적인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고 ECU 개발, ECU 소프트웨어의 정통한 전문가로, 부품 간 상호 관계와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만으로 급발진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등을 과학적으로 증언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이상훈씨. 전영래 기자

그동안 급발진 의심 사고 소송에서 운전자들이 ECU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ECU 전문가가 법정에서 증언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이번 전문가 증인 채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GM 측도 전문가 등을 통해 도현이 가족 측의 의견을 반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10일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법관 정기인사 전인 내년 2월쯤 선고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온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12살 도현이를 왜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싶어서 이 싸움을 진행해 왔고, 또 한 가지는 많은 국민들이 저희와 동일한 아픔과 고통을 더 이상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해 지금까지 싸워왔다"며 "이 두 가지가 꼭 온전하게 이뤄지길 소망하기에 끝까지 싸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보안 감정들을 통해 저희는 정말 이 사건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마지막으로 전문가 증인 신문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진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되지 않고 명확하게 규명되길 바란다. 급발진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저희는 분명하게 증명해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