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야구에 비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플레이오프(PO)부터 2번의 우천 취소가 있었는데 한국 시리즈(KS)에서는 포스트 시즌(PS) 사상 첫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일시 정지 경기)이 선언됐다.
KIA와 삼성이 2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벌인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S 1차전은 비로 중단됐다. 삼성이 1 대 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에서 심판진이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경기 전부터 비가 내려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깔렸다. 비가 잦아들자 방수포가 걷혔지만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2차로 방수포를 깐 이후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경기가 애초 예정 시각보다 1시간 6분 늦게 강행됐다.
하지만 하늘의 심술이 이어져 경기 중 비가 그라운드를 적셨다. 결국 삼성이 6회초 김헌곤의 홈런으로 앞서간 이후 무사 1, 2루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1982년 KBO 리그 출범 뒤 가을 야구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이다. 43년 역사에 정규 리그에서도 서스펜디드 게임은 11번뿐이었다.
삼성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호투하던 선발 제임스 네일이 강판하는 등 KIA 마운드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네일은 5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김헌곤에게 홈런을 내준 뒤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에게도 볼넷을 허용한 뒤 강판했다. 구원 등판한 장현식도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에 몰렸다.
흐름이 삼성 쪽으로 기운 가운데 경기가 중단됐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이후 "시즌 중에도 없던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기에 삼성은 선발 투수 원태인을 22일 재개될 경기에 투입할 수 없다. 원태인은 5회까지 66개의 공을 던져 충분히 6, 7이닝을 기대할 수 있었던 터였다. 박 감독은 "선발 투수를 쓰고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를 걱정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면서 "원태인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고 투구 수도 적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입맛을 다셨다.
반면 KIA로서는 위기에 한숨을 돌릴 수 있어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다소 긴장하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는데, 내일은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좋은 경기 감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원태인이 출전하지 못하는 것도 KIA로서는 행운이다. 이 감독은 "잘 던지던 상대 선발 원태인이 출전하지 못한다"면서 "우린 정규 시즌 때 삼성 불펜을 상대로 잘 쳤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반색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가 삼성에도 유리할 수 있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삼성으로서는 비가 이득이 될 수 있다.
현재 예보로는 22일에도 광주에 비가 내린다. 1차전이 재개될 오후 4시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비 예보가 있다. 1차전은 물론 2차전도 취소될 가능성이 적잖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빠진 삼성에 현재 믿을 만한 선발 투수는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다. LG와 PO에서 레예스는 2승을 거두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원태인도 LG와 PO 2차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KS 1차전에서도 호투했다.
다만 레예스는 지난 19일 PO 4차전 7이닝 역투로 휴식일이 필요하다. 만약 22일 2차전이 취소돼 23일로 연기되면 레예스가 다소 무리해도 등판할 수 있다. 아니면 25일 3차전에 나서도 된다. 삼성으로서는 어찌 됐든 레예스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PS에 변수로 떠오른 가을비. 과연 KIA와 삼성 어느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