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국민들의 고향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제도시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긍정적인 제도시행 취지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이라는 소모적 논쟁에 대비해 정부는 아예 법적근거까지 마련했다.
통행료처럼 '공공기여'란 이름으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일부 무료로 제공하는 기관은 도로공사와 코레일이 대표적이다. 코레일은 무료서비스를 재정으로 보전받고 있지만 유독 도로공사는 연 4천~5천억원의 무료서비스를 보전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시작된 건 2017년, 이후 COVID19 창궐의 여파로 경기가 곤두박질친 2020년대 초반 감면이 안착됐고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명절 통행료 감면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기업인 도로공사를 적극 활용한 결과 매년 무료서비스의 총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국민-소상공인 지원 같은 정부 정책목표의 달성은 주로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실행되고, 정부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지난 2008년 이른바 공공기여제(PSO=Public service obligation)를 도입, 공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 2월 설연휴(9~12일)기간 전국 유료 고속도로를 이용한 국민들의 통행료 1263억원을 면제했다. 지난해에는 통행료를 포함한 각종 감면액이 4900억원, 2022년에는 4259억원, 2019년 대비 2023년 감면액 증가율은 23%이다. 이 기간 총 무료 서비스 규모는 2조 343억원이지만 정부의 재정보전은 '0원'이다.
도공은 국민을 위한 공적기능이 강조되는 공기업이지만, '영업이윤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는 운영방식에서는 민간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각종 무료감면액에 대해 예산을 책정, 일정부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여제(PSO)신설 이후 보전이 이뤄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21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공사는 공공기여로 인해 다른 공공기관보다 훨씬 많은 손실을 부담하며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있지만, 2008년 이후 정부의 보전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공공기여를 규정한 법 취지나 다른 공기업 사례에 비춰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도로법 제15조(통행료납부)에 따르면 통행료 감면을 규정하면서 '국가는 감면으로 발생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2018년 입법)고 규정, 보전의 근거를 두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캡처) 규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또한, 공공기관 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도로공사의 영업수익(통행료)에서 감면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2023년기준)지만 보전액이 0원인 반면, 코레일은 운임수입에서 감면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6%이고 전액 보전이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 측은 "PSO 보전이 강행규정인 철도와 달리 한국도로공사법은 임의규정으로 돼 있어 보전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법 16조는 '공사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 또는 원인제공자에게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통행료 감면으로 누적되는 손실로 인한 도로공사의 부담을 알고 있다"면서 "통행료 면제 정책은 서민생활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고 보전해 줄 수 있는 근거도 있기 때문에 예산당국과 계속 협의중이다"고 말했다. 이 말은 예산보전을 반복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수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이같은 사정은 비단 도로공사만의 사례는 아니다. 도시가스나 전기 같은 공공재는 물론이고 민간영역의 석유류조차 가격 변동폭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 때문에 가격상승이 사실상 통제되고 있다. 많은 공기업들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이용료 때문에 적자에 허덕이는 만큼 공익과 기업건전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