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자신이 "조작이었다"고 지목한 두 건의 대선관련 여론조사 중 한 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금전적인 대가를 약속했었다고 주장했다.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씨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챙겨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명씨는 강씨에게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도록 60대 샘플을 더 넣으라는 등 데이터를 손 보라는 취지로 지시한 바 있다. 윤 후보 측이 이 같은 '여론조사 작업'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강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윤 후보 측으로 전달됐고, 그에 대한 대가도 확약받았다는 명씨의 발언을 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실제 돈은 전달되지 않았고,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는 게 강씨 설명이다.
강씨는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명씨가 강씨에게 통화하며 제3자의 전언 형식으로 다 챙겨주라고 하더라며 언급한 게 있는데, 제3자가 윤 대통령인가'란 질문에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보고받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으면 돈을 챙겨주려고 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대선을 약 열흘 앞둔 2022년 2월 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강씨와의 통화 내용을 의미한다. 당시 명씨는 강씨에게 "이번 일 끝날 때까지만 고생해달라"고 말하며 "휴가를 한 일주일 가든지. 다 챙겨주라 하더라"고 언급한 바 있다. 명씨가 제3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강씨는 제3자를 윤 대통령 측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통화에서는 명씨의 여론조사 결과를 조정한 정황이 담겨 있기도 했다. 명씨는 강씨에게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씨가 "네"라고 답하자,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지시했다. 실제 당시 작성된 미공표용 결과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과값이 별도로 작성돼 있었다.
특히 해당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2022년 3월 1일인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극적 단일화가 이뤄지기 바로 전날이었다. 명씨는 연령별 가중치를 다르게 하는 과정에서 중도·무당층의 샘플을 제외해 버렸는데,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에게 다소 불리한 결과값이 도출됐을 공산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단일화에 보고서가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강씨는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 부부, 김영선 전 의원 등이 어떤 처분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나라를 이렇게 어지럽히면 안 되지 않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데,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도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라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명태균이 강혜경씨의 국감 증언 전부터 '저 사람을 국민의힘에서 고발하지 않으면 공적 대화가 뭔지 다 까겠다'고 CBS 인터뷰도 했는데, 그것만 봐도 이미 강씨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씨를) 부패범죄에 관한 공익제보자로 신고할 것"이라며 "다음 달 1일 운영위원회에도 (강씨가)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