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내부. 윤준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럽 첫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열었다. 배터리 속 희소 원자재를 재활용해 순환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벤츠의 전동화 전환 행보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친환경 중심의 재활용 공정
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 회장.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는 21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쿠펜하임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개소했다. 공장은 '기계식-습식야금' 통합 공정을 갖췄다. 습식야금은 광석 안의 금속분을 액체로 용해시킨 뒤 해당 용액에서 금속을 분리 채취하는 제련법이다.
현재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건식야금 공정과 달리 습식야금은 에너지 소비와 물질 낭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집약적이다. 최대 섭씨 80도의 낮은 공정 온도로 에너지 소모량도 적다. 기존과 달리 재활용 공정에서 96% 이상의 높은 회수율을 보인다.
재활용 공정에 들어가는 배터리 모듈. 윤준호 기자 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유럽 최초로 배터리 모듈을 분쇄하는 단계부터 활성 배터리 물질을 건조하고 가공하는 모든 단계를 포함한다. 기계적 공정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구리·알루미늄·철 등을 분리하고 선별한다.
이후의 습식야금 과정은 이른바 '블랙매스'(black mass)라고 불리는 활성 물질을 처리하는데 집중한다. 블랙 매스는 배터리 셀 전극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코발트·니켈·리튬 등 귀중한 금속들이 다단계 화학 공정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추출된다. 재활용 물질들은 새로운 배터리 셀 생산에 적합한 수준의 품질을 갖춘다.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에 전시된 배터리 원재료 샘플. 윤준호 기자 재활용 공장은 순탄소 중립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든 공정이 100% 친환경 전기로 돌아간다. 6800㎡ 크기의 건물 옥상에는 최대 출력 350㎾ 이상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도 설치했다.
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의 처리 용량은 연간 2500톤에 달한다. 회수된 물질은 벤츠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에 필요한 5만개 이상의 배터리 모듈 생산에 사용된다. 벤츠는 "재활용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와 지식이 중장기적으로 벤츠의 생산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첫 배터리 재활용 전과정 완성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이번 개소로 벤츠는 자체 시설로 배터리 재활용 과정을 전부 완성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벤츠는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야말로 진정한 순환 경제를 창출한다"며 "귀중한 원자재 소비를 대폭 줄이려는 벤츠의 혁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기술 파트너는 독일 기계 엔지니어링 회사 SMS 그룹과 호주 프로젝트 개발사 네오메탈스가 합작한 프리모비우스다. 독일 현지 3개 대학들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대상은 물류·재통합 개념 등 배터리 재활용의 전체 과정이다.
롭 할로웨이 메르세데스-벤츠 승용 및 밴 부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윤준호 기자 이날 쿠펜하임에서 진행된 개소식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테클라 발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환경부 장관 등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함께 자리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회장은 "벤츠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매력적인 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동차 공학의 선두주자로서 유럽 최초의 기계식-습식야금 통합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원자재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벤츠는 산업·과학 등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독일과 유럽에서 지속가능한 전기 모빌리티와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적 역량을 강력히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