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앞둔 영도구 문화도시사업…재단 설립해 제 입맛대로?

부산 영도구, '문화도시영도 사업' 종료 결정
주민들 대책위 결성하고 강한 반발 이어가
영도구, 사업 관리 문제…재단 설립해 사업 이어갈 계획
주민들 "기약 없는 말뿐…주민 주도 효과 없어져"
일각에선 재단 설립 후 경직성과 입맛 맞춘 사업 우려도

문화도시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가 21일 오전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화도시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 제공

부산 영도구의 '문화도시 영도' 사업이 일몰을 앞둔 가운데, 영도구가 민간이 주도하는 현재 형태가 아닌 지자체가 설립한 재단을 통해 문화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재단 설립이 기약 없는 말뿐인 데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미와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과, 결국 입맛에 맞는 사업만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영도구는 지난달 20일 '204년 영도문화도시 추진위원회'에서 사실상 올해 사업 기간이 끝나는 '영도문화도시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사업 종료 시점은 내년 2월이지만,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업은 올해 종료된다.
 
영도구는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돼, 문화도시 사업에 2020년부터 5년 동안 총사업비 160억 원(국비 50%, 시비 국비 각 25%)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런 영도구의 결정에 주민들은 '문화도시 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를 결성하고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영도구는 사업을 통해 특색을 살린 글자체인 '영도체' 개발로 세계디자인어워드 4관왕을 수상하고, 방문 예술활동과 예술치유 공간 운영 등으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24개 문화도시 중 최우수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도구는 큰 성과를 낸 사업인 데다 주민들도 사업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알지만 '관리' 문제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을 맡은 문화도시영도센터의 경우 민간 주도로 자체 운영되기 때문에 사업 추진 과정에 구청이 개입할 수 없어 예산 관리 등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별도의 문화재단을 설립해 센터가 진행하던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기재 영도구청장은 "센터가 어떻게 사업을 진행되고 예산을 집행하는지 보고도 받지 못해 일종의 사각지대"라며 "센터도 지난 5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지만 우리가 보는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사업은 종료를 하고 구에서 재단으로 다시 추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청. 송호재 기자
 
주민들은 이러한 구청 입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단 설립에 수년이 걸리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도 전혀 없다며 기약 없는 무책임한 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관이 주도하는 사업으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참여해 일궈낸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뤄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도시 영도를 지키는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영도구는 지난해 문화도시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공언하고도 말을 바꾸고, 출구전략 포럼까지 하면서도 재단 설립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도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며 "당장 사업 유지에 필요한 예산도 없다면서 훨씬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드는 재단 설립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사업이 이렇게 잘 진행된 건 주민들이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적극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구청이 중심이 되면 형식적인 사업이 되거나 주민들이 단순한 참여자로 대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구청에서 재단 설립을 핑계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실제로 재단이 설립되더라도 입맛에 맞춘 문화사업만 추진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영도구의회 김지영 의원은 "재단으로 문화사업을 이어나가겠다고는 하지만, 현재 센터의 기획 방향이 아닌 본인들 원하는 대로 사업을 꾸려나가겠다는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재단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운영한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이 경직되고 지자체의 입맛대로 추진된다는 폐해를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면 일몰 전에 예산을 배정하고 사업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다"며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적 차원이나 청년 유입 차원에서도 문화도시 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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