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손님으로부터 고객 응대 노동자를 보호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 6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민원인의 괴롭힘을 당하고도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에 대해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77.9%의 직장인이 민원인의 괴롭힘(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심각하다'고 답했다. 실제 응답자의 16%는 고객,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민원인으로부터 갑질을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경우 갑질 경험 비율이 26.4%로 평균보다 10.4%포인트 높았다.
피해 대응과 관련해 갑질 피해자라고 밝힌 답변자 가운데 61.9%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토로했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25.6%에 달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응답자 36.1%는 해당 법조항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반면 "회사에 대책을 요청했다"는 피해자는 26.3%, "고용노동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피해자는 6.9%에 그쳤다. 직장인 53.6%는 회사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는 고객 응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2018년 10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직장갑질119 송아름 노무사는 "현행법은 문제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 등을 포함한 매뉴얼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형식적인 조치를 하는 데 그치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며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없어 노동부가 관리·감독에 미온적인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