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주민 "대남·북방송으로 잠 못 자…제발 좀 살려주세요"

김경일 파주시장 "모든 행정력 총동원해서 대북전단 살포 막을 것"

지난 18일 오후 대남 확성기 소음·대북 전단 살포 피해 관련 제 109회 장단면 긴급 이동시장실에서 주민이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

"대남방송과 대북방송 때문에 잠을 못 자서 너무 고통스러워요. 귀마개를 20일 하니까 귀에 염증까지 났어요. 제가 몸이 너무 아파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시장님."

지난 18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주민 대피시설에서 열린 '긴급 장단면 주민 이동 시장실'에서 한 여성이 김경일 시장에게 고통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여성은 "접경지역에 시집온 지 51년이 됐는데, 항상 불안 속에서 살아도 요즘처럼 이렇게 사람을 못 살게 한 적은 없었다"며 "방음벽을 쳐주시던지 잠 잘 수 있는 곳만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옆에 있던 여성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리를 간접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짐승 소리도 아닌 정체불명의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성동 이장은 "60여 개의 스피커가 700m 앞에서 방송하는데 주민들이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티비까지 켜놨는데도 (대북방송) 환청이 들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농을 나가면 진짜 듣기도 싫은 남쪽 방송도 듣는데 우리가 무슨 죄냐"며 "영농하고 쉬어야 하는데 인간의 삶도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촌 이장은 "정부는 탈북자 인권 때문에 대북 풍선을 뿌리게 하는데, 우리 접경지 주민들 인권은 없는 거냐"면서 "농사일 바쁜데도 언제든 북한으로 대북전단을 뿌리면 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방촌 이장은 "대북전단 살포하려는 관계자들에 대한 접경지역 출입 통제와 행정명령을 내려달라"며 "위반자는 입건이라든지 체포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 18일 오후 대남 확성기 소음·대북 전단 살포 피해 관련 제 109회 장단면 긴급 이동시장실을 열어 주민 피해를 청취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것"이라며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서 애먹었는데 위험구역 설정이 돼서 수월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방음 새시가 50세대에 지어질 것"이라며 "예비비라도 쓸 수 있는지 고민해서 수면 캡슐을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임시 거처로 캠프 그리브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경기관광공사와도 협의해 보겠다"면서 "시민의 삶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대성동 51세대 주민 135명이 불면증과 노이로제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대성동 마을 소음측정 결과 약 75~76dB로, 자연환경보전지역 생활 소음 주간 기준(65dB 이하)을 초과했다.

대남·오물 쓰레기 풍선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7월 22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운정 4동과 적성면, 교하동, 광탄면에서 빌라 차광막, 비닐하우스 2곳이 파손되고,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민 재산 피해는 총 1억 3626만원으로 집계됐다. 산불 피해도 3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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