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내놓는다던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안' 감감무소식, 왜?

수수료율 괴리 여전…정부 "10월 내 상생안 도출 목표 유효"
배민, 최대 9.8% 유지·매출 하위 업체만 깎아주는 '차등적용' 제안
입점업체 "상한 5%까지 내리고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 확대" 촉구

연합뉴스

배민과 쿠팡 등 배달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과다 수수료 요구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정부 주도로 출범한 상생협의체가 합의안 도출을 목표한 10월이 절반 이상 지나도록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풀린 유동성이 배달플랫폼으로 과도하게 집중돼 플랫폼은 '유통공룡'으로 성장한 반면 자영업자 위기는 이후에 닥친 내수 침체로 가중했는데도,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할 정부가 '자율' 원칙만을 내세워 시간만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간극 큰 배달수수료율…"5% 상한" vs. "최대 9.8%·최저 2% 차등"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 연합뉴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오는 23일 8차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지난 7차 회의까지 집중적으로 다룬 주요 안건은 4가지이지만, 단연 '판매금액의 5%~9.8%'로 벌어진 최대 수수료율 괴리를 좁히는 게 최대 쟁점이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배달플랫폼의 현행 수수료율은 배민 9.8%, 쿠팡이츠 9.8%, 요기요 9.7%다. 반면, 입점업체들은 '5% 상한제'를 통해 수수료율 인하 및 안정화를 요구해 왔다.

이 중 배민은 최근 협의체에서 입점업체를 매출액별로 분류해 상위 59%까지 9.8% 수수료율을 유지하되, 매출액 기준 60% 이하 업체엔 최저 2%까지 인하하는 '차등적용제'를 상생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배민의 제안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당초 수수료 차등화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우대수수료' 제안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지만, 배민 제안대로면 업체들의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현행 수수료율이 그대로 적용돼 부담 완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민은 차등적용 상생안을 3년만 적용하겠다고 해, 입점업체입장의 수수료 안정화 요구도 배척된 셈이다. 배민은 앞서 6.8%인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9.8%로 급격히 인상한 바 있다.

플랫폼사가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비용이 배달중개수수료만이 아니란 점도 입점업체 측의 우려를 더한다. 업체들은 배달중개수수료에다 '배민페이', '쿠팡페이' 등 결제수수료, 부가세와 광고료 등 플랫폼 관련 지출 부담이 매출액의 20%에 달한다고 호소해 왔다.

가까스로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합의하더라도, 결제수수료를 올리거나 광고료를 올리면 결국 지출 부담 총액은 변하지 않거나 늘 수 있다는 게 입점업체 측 우려다.

이 때문에 해외 사례처럼 업체들의 플랫폼 지출 총부담에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미국 뉴욕은 배달수수료가 음식값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그 외 기타 수수료가 5%를 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제 중이다.

'최혜대우 중단·배달기사 위치 공유·소비자 영수증에 플랫폼 수익 별도 표기' 요구도 거부하는 플랫폼  

수수료 부담 외에도 3가지 쟁점이 더 있다.

우선 업체들은 소비자 영수증에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료를 표기하길 요구하는데, 이 같은 '소비자 알 권리' 항목을 플랫폼사는 '소비자 혼란 가중'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배민, 쿠팡, 요기요 3사 중 1사가 특히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업체들이 요구한 배달기사(라이더) 위치 정보 공유도 일부 플랫폼사는 라이더들의 개인정보 문제를 이유로 거부한다. 소비자는 배민과 쿠팡으로 배달주문을 한 뒤 라이더의 위치와 이동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정작 이 정보가 입점업체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음식의 경우 조리시간 때문에 라이더의 픽업시간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잦은 데다, 배달이 늦어지면 소비자의 재촉전화를 받아야 하는 쪽은 업체이기 때문에 난감할 때가 많다. 심지어 배달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될 때가 있어 위치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업체 요구다.

아울러, 경쟁 배달앱에 적용하는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해달라는 '최혜대우' 중단도 플랫폼 3사 중 일부 업체가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가 배민의 공정거래법상 최혜대우 강제 금지 위반 여부 조사에 지난달 말 착수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결론이 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 쿠팡에 이은 배민의 '갑질' 논란으로 촉발한 사태를 상생협의로 푸는 게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규제 사각지대인 온라인 플랫폼의 행태는 최근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까지 번졌는데, 정부가 '자율규제' 방침을 고집해 시간만 허비한다는 지적이다.

상생협의로는 플랫폼과 입점업계 간 이견을 좁히기도 어렵지만, 각 업계 내에서도 업체마다 입장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배민이 최근 내놓은 수수료율 차등적용제는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온 입점업체 간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야당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기조가 자율규제다 보니 배민과 쿠팡이 사고를 친 건데 (그 대안으로) 나온 게 상생협의"라며 "아주 낮은 수준으로 협의가 되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의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배달앱 수수료 인하 및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10월 안 도출 최대한 설득"…권고안 그쳐 구속력 의문도

그럼에도 정부는 일단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합의를 최대한 독려하고, 정말 불가피할 때에만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4가지 이슈를 균형 있게 얘기하고 있고, 상생안을 10월 안에 도출한다는 맥락은 유효하다"면서 "양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정말 좁혀지지 못했을 때 공익위원 중재안을 만들겠지만 지금은 계속 논의 중이라 중재안은 없다. 최대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상생안의 실효성과 관련해 협의체 관계자는 "양 당사자 간 상생안이 마련되든 공익위원 중재안에 합의가 이뤄지든 '권고안'이기 때문에 이후 법적으로 (구속)하든 하는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상생안 도출과 별도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협의체에 공공플랫폼 대표로 '땡겨요'도 참여하고 있다. 공공배달앱의 주문중개수수료율은 0~2% 수준으로, 6~12% 안팎의 민간 배달플랫폼사 수수료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공배달앱 활성화엔 입점업체가 많지 않은 점과, 인지도가 낮은 2가지 문제가 있다"며 "외식업 단체 3사에 참여를 독려하고, 대중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오목교역으로 '아구찜' 배달주문이 가능한 업체는 땡겨요에서 28개 검색됐고, 배민은 100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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