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었던 요리는…" 흑백요리사 제작진 촬영 뒷얘기[EN:터뷰]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최현석 셰프의 모습. 엑스 캡처

"마늘 넣지 않은 봉골레 파스타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인 총 254개의 요리 가운데 김지은 PD는 최현석 셰프의 마늘 빠진 봉골레 파스타를 꼽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지은 PD는 "마늘을 넣지 않았는데도 안성재 셰프님이 90점 만점에 88점이나 주셨을까 궁금했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언급된 장면은 세미파이널 1차 미션 '인생을 요리하라'에서 나온 모습이다. 당시 안성재는 최현석의 파스타를 맛보고 "그리지(greasy, 느끼하다)하다"는 평을 남겼고 이에 최현석은 마늘을 빼먹은 걸 뒤늦게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김지은 PD는 "제작진도 마늘을 빠트린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 전까지 셰프님도 약간 분노에 차 계셨다가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를 복기하다 마늘이 빠진 걸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날 김학민 PD, 모은설 작가도 참여한 인터뷰에서 흑백요리사의 다양한 촬영 뒷애기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제작진도 시청자들처럼 요리만 봤을 뿐 맛을 보지 않고 폐기했다고 밝혔다.

김학민 PD는 "다들 먹어보고 싶어 하기는 했다"며 "다만 300명의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누가 특정 음식을 먹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공정성에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폴리 맛피아 처음 만났을 때요? 아! MZ다"

흑백요리사 제작진은 한국 요리의 높은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라는 말이 참가자들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진은 우승한 나폴리 맛피아(권성준)와 준우승한 에드워드 리(이균). 넷플릭스 제공

제작진은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권성준)와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이균)의 비화를 전했다.

김지은 PD는 "권성준 셰프님이 1995년생인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 MZ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작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저희도 그 면에 매력을 느껴 꼭 100인 중 한 분으로 모시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김학민 PD는 "에드워드 리 셰프님은 다른 분들에 비해 시차 적응 문제도 있고, 요리 준비하실 수 있는 여건이 완벽하지 않았는데 전혀 내색하지 않더라"며 "항상 즐겁게 촬영에 임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왜 문학 전공이신지를 알겠더라"며 "진심으로 울림 있는 말씀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리 레시피보다는 한국어 연습을 정말 많이 하셨고 회차가 지나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느셨다"며 "그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과 흑백요리사에서 보여주고 싶은 자기 애정이 크셨던 셰프님이셨다"고 강조했다.


흑백요리사 제작진이 꼽은 명장면은?

제작진은 직접 수상 경력, 매출 등 기준을 가지고 흑수저와 백수저를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무한 지옥 미션을 승리한 뒤 수건을 던진 에드워드 리 모습. 엑스 캡처

촬영 당시 명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모은설 작가는 "매 라운드마다 가슴을 뒤흔드는 장면이 하나씩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안성재 셰프가 제자였던 원투쓰리를 만나 요리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 장면과 백종원 선생님이 결승전에서 우리의 이름을 걸고 심사를 하겠다는 장면이 진정성과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민 PD는 백수저와 흑수저의 첫 대면을 꼽았다. 그는 "백수저와 흑수저로 계급이 나뉜 걸 처음 안 현장이니 만큼 프로그램의 전체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흑백요리사의 참가자들은 당초 100인의 무명요리사가 계급장을 떼고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만 알았다. '흑백'으로 나누어 대결을 하는 구성을 몰랐기에 본인이 흑수저인지 백수저인지도 현장에서 알게 됐다.

그는 이어 "'나는 왜 흑수저야' 이런 분위기가 있을 것 같고, 중간에 나가면 어쩌나 싶었던 우려도 있었다"며 "이 사람과 붙는 게 일생일대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다행히 다들 좋아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에드워드 리 셰프가 무한 지옥 요리 미션을 끝내고 수건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할 때도 그 장면을 조금 더 길게 넣고 싶었다"고 웃었다.


백종원, 안성재 첫 만남? 제작진도 '긴장'

흑백요리사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백종원과 안성재. 넷플릭스 제공

심사위원으로 백종원과 안성재의 첫 만남은 곱창집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는 알았지만, 직접 대면하는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김지은 PD는 "안성재 셰프님과 백종원 선생님의 인생 경로는 정반대"라며 "한 분은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셨고 또 한 분은 한국에서 사업가셨다. 그래서 그 둘의 케미가 우리 프로그램의 키(Key)라고 생각했다"며 "첫 만남을 했는데 역시나 첫 만남에서부터 '아 우리 친해지자' 이런 관계는 절대 안 되더라. 긴장감이 돌았다"고 떠올렸다.

김학민 PD는 "제작진과도 처음 만난 거였다"며 "첫 삽을 뜨는 자리니까 다 웃으면서 좋게 얘기가 흘러갔지만, 요식업계에서의 탑이시고 셰프 업계에서 탑이신 두 분이 있다 보니 눈치를 보긴 했다"고 웃었다.

백종원도 자신의 유튜브에서 "처음에 촬영할 때 나와 안성재 사이가 되게 안 좋았다. 싸우다 정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종원은 특히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참가자의 요리 맛을 평가할 때 안성재와 치열하게 끝장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이 비슷한 결과로 나오면서 이후 급격하게 친해졌다고 밝혔다.

안성재도 "백종원 대표님이 파인 다이닝을 전문으로 하셨다면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비슷했을 것 같다"며 "저렇게도 볼 수 있구나, 이런 게 너무 새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흑백요리사 제작진도 둘의 관계를 증언하며 웃음을 전했다.

"안성재 셰프님이 백종원 선생님과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세요. 어느 순간 두 분이 베스트 프렌드가 됐어요."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는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흑백요리사의 셰프 이름을 나라 이름 대신 대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런 반응만으로도 매우 감사할 일"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학민·김지은 PD, 모은설 작가.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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