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6조 4천억 원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29조 6천억 원 결손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벌금과 과태료 등을 역대 최고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1조 6천억 원 늘어나는데, 세수 부족을 벌금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과거 예·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정부가 편성한 경상이전수입(일반회계·특별회계 기준)이 13조 원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라고 밝혔다. 올해보다 1조 6천억 원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경상이전수입은 벌금, 몰수금 및 과태료, 변상금과 위약금, 가산금 등으로 구성된 정부 수입을 말한다. 경상이전수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납부할 벌금이나 과태료가 많다는 의미다.
도로교통법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따른 범칙금인 벌금과 무인교통단속 등을 통한 과태료를 포함하는 경찰청의 경우 올해 1조 2670억 원에서 내년 1조 4500억 원으로 증액편성했고, 주로 형사재판의 결과로 벌금, 몰수금 등을 징수하는 법무부도 올해 1조 2800억원에서 내년 1조 4800억원으로 증액편성했다.
기업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부과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올해 4500억 원에서 내년 5400억 원으로 늘려잡았다. 관세청도 180억 원→230억 원으로 훌쩍 늘렸고, 국토교통부도 1600억 원→1700억 원으로 소폭 증액 편성했다.
문제는 이러한 벌금·과태료 등의 증가율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경상성장률(4.5%)의 3배 가량 달한다는 점이다. 내년도 국세 수입은 올해 대비 4.1%(세수재추계 전 기준) 증가로 편성한 반면, 벌금·과태료 등은 13.8%나 늘려잡았다는 건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 이상으로 단속과 법 집행을 강화해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처럼 경상이전수입을 증액 편성하기 위한 편성 근거까지 변경됐다. 법무부 벌금의 경우 올해는 전년도 수준을 근거로 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수납 증가 추세를 고려했다며 올해가 아닌 징수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2023년도 수준을 반영했다. 경찰청 과태료도 올해 과태료가 가장 많이 수납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보다 늘려 잡았다.
박홍근 의원은 "법으로 바꿔야 하는 세금 대신 단속으로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증세를 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합당한 편성 기준에 맞게 벌금과 과태료를 올린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