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못막는 기후대응댐"…환경부의 진짜 속내는?[기후로운 경제생활]

■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백경오 한경대 건설공학부 교수



◆ 홍종호> 여름마다 극한 호우와 폭염으로 참 고생이 많으시죠. 이런 기후위기 대응으로 내놓은 정부의 답은 '댐 건설'입니다. 지난 7월 환경부가 14년 만에 댐 건설을 발표한 뒤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환경부가 댐을 건설한다? 얼핏 들어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죠. 기후 대응책으로 댐 건설이 거론된 이유가 과연 뭘까요?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건설공학부 교수 모셔서 이야기 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백경오> 안녕하세요.

◆ 홍종호> 기후대응 댐 건설 가지고 국회 국정감사에도 출석하신다고요?

◇ 백경오> 네. 24일 종감 때 참고인으로 나갑니다.

◆ 홍종호> 가서 무슨 얘기 주로 하실 건가요?

◇ 백경오> 기후 대응으로 댐은 부적절하다, 그 얘기 주로 할 것 같아요.

◆ 홍종호> 환경부에서는 결국 기후변화 때문에 비도 많이 오고 또 가뭄도 드니까 물그릇이 필요하다 이런 논리 같아요. 과거에도 많이 썼던 논리 같은데요. 댐을 건설해서 기후 문제에 대응하겠다. 여기에 대한 총평을 한마디로 해주신다면요?

◇ 백경오> 이건 마치 과거 4대강 사업 때 정확한 명칭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4대강을 살리지 못했듯이 이것도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대책이다, 그렇게 한마디로 말씀드릴게요.

◆ 홍종호> 저는 우리나라에는 댐 건설할 부지가 더 이상 없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한꺼번에 14개 계획이 나옵니까? 배경을 혹시 좀 아세요?

◇ 백경오> 저도 배경은 잘 모르겠는데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에는 충분히 적재적소에 충분한 댐들이 이미 많이 지어져 있고요. 그리고 역할은 잘 하고는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14개 댐들 규모를 보면 사실은 큰 댐은 없습니다. 물 그릇을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댐이 소양강댐인데 그게 29억 톤입니다. 근데 지금 발표된 14개 중에서 가장 큰 댐이 양구에 계획되고 있는 수입천댐, 그게 1억 톤입니다. 그러니까 한 3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죠. 수입천댐은 발표나자마자 지자체장부터 주민들 다 반대를 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고요.


◆ 홍종호> 지자체장도. 양구에서 특히 지역 주민 반대가 격렬하다 이런 얘기를 저도 들었어요. 양구 구민이 2만여 명 정도 되던데 지난 9월에 무려 2천 명이 모여서 반대 궐기대회를 하기도 했다고 해요. 이렇게 말씀하신 대로 지자체장도 반대하고 지방의회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또 여기 홍수도 안 난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 왜 이런 댐이 계획이 되는 거죠?

◇ 백경오> 그러니까 당초에 환경부는 지자체가 원하는 데를 해주고 그다음에 신청을 받아서 했다고 하는데 이제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가장 큰 수입천댐도 반대하고 있잖습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정황들이나 이런 걸 추측해보면 사실은 다목적댐이긴 한데 다목적보다는 용수 공급을 위해서 하고 싶은 거예요. 특히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게 되면 반도체 공장들이 사실 용수를 많이 쓰게 됩니다.

◆ 홍종호> 그렇죠. 물, 전기를 먹는 하마니까.

◇ 백경오> 맞습니다. 이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드리자면 2023년에 나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큰 계획이 있죠. 근데 거기에 대한 물 공급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 홍종호> 없습니다. 맞아요.

◇ 백경오> 수도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은 크게 두 군데가 있는데 그게 소양강댐하고 충주댐입니다. 근데 그 댐들은 용수 사용 계약량의 96%는 이미 계약이 돼 있고요. 무슨 얘기냐 하면 여분의 물이 4%밖에 안 남아 있다는 겁니다. 그 4%를 가지고서는 계획된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 홍종호> 결국은 이 양구에 짓겠다는 게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지금 짓는다고 보시는 거군요. 지역 주민들로서는 이거 우리 지역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이게 뭐 말은 기후대응하겠다고 그러는데 실제로는 공업용수 공급하겠다는 목적이고. 그러면 애초의 목적과는 전혀 상반되는 그러한 배경이 좀 깔려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네요.

환경부가 이렇게 반대가 거세니 11월에 확정하는 하천 유역 수자원 관리 계획에서 양구는 제외하겠다고 했어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댐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주민과도 소통하겠다 이런 얘기고요. 하여튼 14개 이게 저한테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4대강 때도 보를 16개 이렇게 짓고 해서 놀랐어요. 앞으로 환경부가 어떻게 나올 거라고 보세요?

◇ 백경오> 이게 국토부가 했던 어떤 정책들을 환경부가 하는 건데요. 그렇게 된 이유는 2021년에 물관리기본법이라는 게 통과되면서 물 관리가 일원화 됩니다. 그러면서 물 관리 조직도 일원화가 되면서, 국토부에 있던 수자원국 분들이 다 환경부로 와서 마치 국토부에서 하는 것처럼 하고 있는 거죠.

물 관리를 굳이 국토부가 아니고 환경부로 일원화한 이유는 댐 같은 걸 만들어서 개발하는 정책이 아니고 그동안 있었던 인프라를 잘 활용해서 수자원을 잘 관리 보전해라 그런 의미거든요. 만약 그게 아니었으면 국토부로 일원화를 했겠죠. 그런 취지로 일원화를 해 놨으면 과거에 있던 타성은 버리고 물 관리를 어떻게 기존에 있는 걸 가지고 잘할 거냐 그걸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되는데 댐을 14개나 짓는다는 건 그러니까 소위 말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내는 거지요.

◆ 홍종호> 지금 교수님께서 건설공학부에 계시잖아요. 그래서 이 말씀을 하시는 게 저는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이게 지금의 극심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런 기후대응 댐이라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신다고 생각이 되고요. 심지어 제가 놀랐던 건 환경부 장관이 댐 지으면 파크골프장 지어주겠다 이런 발언을 했더라고요.

◇ 백경오> 이게 연령층 많은 분들 위주로 요새 활성화가 되고 있나 봅니다. 아무래도 도심 공원에다 땅을 매입하고 하면 돈이 많이 드니까, 하천 부지 내에 홍수터라고 있지 않습니까? 소위 말하는 일본말로 고수부지죠. 거기는 원래 비가 많이 오면 잠기는 덴데 비 안 올 때 거기를 쓰라고.

◆ 홍종호> 그러니까 지역의 어떤 그런 어메니티를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 참 웃을 수가 없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앞에서도 기후대응 댐이라는 이런 발상 자체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계시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핵심적인 이유가 뭡니까?

◇ 백경오> 물 관리 선진화가 됐다고 얘기하는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댐을 짓지 않습니다. 그것만 봐도 되죠.

◆ 홍종호> 그런 계획은 없는 거군요.


◇ 백경오> 네. 댐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죠. 예를 들어 1년에 100개를 철거를 하고 한두 개를 건설하면 그거는 이제 철거를 하고 있는 추세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제 과거의 어떤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댐을 고집하고 있다는 게 당황스럽죠. 어떤 기술적인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세계적인 추세만 봐도 일단은 댐을 짓는다는 게 기후대응의 올바른 정책은 아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말씀을 드리더라도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폭우가 오고 가뭄이 들지 않습니까? 홍수 측면에서 보면 모든 홍수 대응 인프라는 과거 자료를 기준으로 설계가 되는 건데 과거보다 훨씬 뛰어넘는 홍수가 왔을 때는 어떻게 보면 인프라의 기준을 넘어버리는 게 됩니다.

◆ 홍종호> 이른바 500년만의 비다, 이런 것들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으로 자꾸만 가게 되면 그런 과거 자료에 입각한 댐이라는 것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또 홍수가 나는 곳과 댐이 지어지는 곳에 간극이 있다, 이런 지적도 하시는 것 같은데 어느 지역에 이번에 댐 건설 계획 중에 어떤 댐이 구체적으로 그런가요?

◇ 백경오> 예를 들어 한두 군데만 말씀드리자면 아까 지천댐이라고 잠깐 말씀드렸는데 지천은 금강의 지류입니다. 제가 지역 설명회 정부 자료를 보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보니까 홍수 피해가 났던 데는 금강의 지류인 지천하고 금강이 만나는 지역 인근에서 났더라고요. 근데 그런 지역은 지류의 수위보다는 본류의 수위가 지배적입니다. 본류의 수위가 높으면 지류에서 아무리 수위가 낮더라도 본류의 수위를 따라서 지류의 수위가 올라갑니다.


그거를 배수 효과라고 얘기하는데요. 예를 들어 바다하고 강이 만나는 지점을 생각해보면, 그런 데를 하구라고 하는데 요. 강의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바다에 썰물일 때 홍수파가 도달하면 사실 큰 문제 안 납니다. 바다가 밀물일 때, 즉 수위가 높았을 때 홍수가 나는 거죠. 근데 지류 상류에다가 댐을 만든다는 건데요.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댐이 홍수에 큰 효과가 없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거죠.

◆ 홍종호> 이런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지류를 정비해야 할까요?

◇ 백경오> 가장 간단한 거는 지류 쪽의 제방을 좀 높여주는 거고요. 하지만 제방만 자꾸 높이는 게 사실은 그것도 좋은 정책은 아니죠.

◆ 홍종호> 수위가 올라가면 또 범람할 수도 있으니까.

◇ 백경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천변 저류지라고 해서요. 제방을 좀 낮춰줘서 평상시에는 거기에 농사를 짓거나 아니면 공원으로 쓰거나 하다가 큰 홍수가 났을 때는 그쪽으로 오히려 물이 들어가게끔 하는 겁니다.

◆ 홍종호> 물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이런 것이 물 관리 선진국, 유럽이나 미국에서 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나요?

◇ 백경오> 맞습니다. 하천의 공간을 더 부여하는 거죠. 그게 어떻게 보면 유역 차원의 홍수 방어 대책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죠.

◆ 홍종호> 특히 시민단체, 환경단체에서는 이런 14개 댐, 숫자도 많고 과거에 16개의 보가 설치된 4대강 사업이 떠오른다 얘기하는데요. 사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갈등 아닙니까? 영주댐 같은 경우도 이렇게 지었지만 물이 계속 여름마다 녹조여서 제대로 사용도 못 하는 이런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교수님은 이런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백경오> 충분히 정부가 그 목소리를 잘 듣고 받아 안아야죠. 2021년도에 물관리 기본법이라고 통과됐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게 통과된 이유가 과거에는 중앙 정부, 환경부나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물 관리 정책을 펼쳤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거버넌스 차원에서 하라는 거예요. 법에 보면 물관리위원회라는 걸 또 만들어 놨어요. 국가물관리위원회, 그리고 유역별로 유형물관리위원회. 그 물관리위원회 위원들의 구성을 보면 절반은 관에 계시는 공무원들, 또 절반은 민간으로 채워지게 했어요.

관과 민의 대화를 통해서 정책을 결정해라 그런 취지인 건데 지금 물관리위원회나 환경부와 관계를 보면 대화와 타협, 거버넌스 이런 게 아니에요. 시민사회 단체 활동하시는 분들은 배척하고, 어떻게 보면 위원회를 거수기 정도로 만들어 놓았어요. 그래서 법까지도 무시를 하면서 일방통행만 하고 있지 않은가.

또 조금 걱정되는 데는 계획된 14개 댐 중에 세 번째로 큰 아미천 댐이 있어요. 거기는 연천이거든요. 한탄강의 1지류인 차탄천이라고 있는데 거기의 지류가 또 아미천인데 거기에 만드는 거죠.


◆ 홍종호> 지류의 지류에 만드는 거예요?

◇ 백경오> 네. 그 지류의 지류에 만든다는 겁니다. 좀 걱정이 되는 건 한탄강에 한탄강 댐이라고 있습니다. 그걸 만들 때 당초에 다목적댐으로 하려다가 못했어요. 다목적댐은 상시적으로 물을 채워놓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상류에 있는 철원이 잠기게 됩니다. 철원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결국 타협점으로 홍수조절 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홍수조절 댐은 평상시에는 댐을 비워놔서 침수가 안 되는 댐입니다. 그 댐 인근에 아미천 댐을 계획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다목적댐이라고 홍수 방어가 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홍수는 아까 말씀드린 차탄천이라는 데서 발생했는데 그 지류에다가 만드니까 방어도 안 되고요. 근데 한탄강 댐을 그동안 계속 다목적댐으로 용도 변경을 하고 싶어 했었어요.

◆ 홍종호> 평소에 물을 채워두지 않으니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렇게 생각을 했겠죠.

◇ 백경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물값도 받을 수도 없고. 가뭄만 들면 그거를 활용해야 된다라고 얘기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또 다시 한번 극심한 갈등이 재현 되겠죠. 아미천 댐을 만드는 것도 결국 지천에 지천이라, 만들어서 한탄강 댐하고 같이 연계 운영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한탄강 댐도 다목적화하려는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홍종호> 네. 교수님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 관리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우리는 국토 면적이 또 미국보다는 좁고 그런데도요?

◇ 백경오> 맞습니다. 그런 비판도 좀 받긴 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아까 제가 말씀드린 천변 조류지가 우리나라에도 몇 군데가 있습니다.

◆ 홍종호> 있어요?

◇ 백경오> 없는 게 아닙니다. 물론 4대강 사업을 하면서도 여주 조류지 이런 데도 있지만 사실 그전에도 하나를 만들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게 임진강의 하류 쪽에 문산이라고 있습니다. 문산읍이 있는데 그곳이 사실은 지대도 낮고.

◆ 홍종호> 거기도 홍수 자주 나는 곳이잖아요.

◇ 백경오> 맞습니다. 임진강이랑 한강이랑 만나서 홍수가 많이 나는 곳입니다. 그래서 문산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상류에 한탄강 댐을 만들고 또 상류에 군납 댐도 만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수위가 원하는 만큼 안 떨어지니까 그 맞은편에 장단반도라고 있습니다. 장단반도에 있는 제방을 홍수위보다 무려 2m를 낮게 제방을 쌓았어요. 그 얘기는 뭐냐하면 홍수가 나면 그쪽으로 물을.

◆ 홍종호> 넘치게 해라?

◇ 백경오> 맞습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물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맞은편에 이제 문산읍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물이 이렇게 내려오다가 장단반도 쪽으로 물이 들어가고 이제 문산읍으로는 물이 안 들어가게 하는거죠.


◆ 홍종호> 그쪽으로 물을 빼면서 주민들 피해는 없도록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이제 유속도 낮추는 식의 저류지를 만드는 거군요.

◇ 백경오> 네.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한 큰 홍수가 매년 나는 건 아니고요. 한 10년? 20년? 농사를 짓고 하다가 피해가 난 해는 보상을 좀 해주고 그러다가 또 이제 농사 지을 수 있으면 다시 짓고.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저류지를 만든다고 거기를 늘 저류지로만 놔두고 아무것도 안 쓰는 게 아니고, 평상시 홍수가 안 왔을 때는 농사용으로 쓰면서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는 얘기겠군요. 이런 게 유럽에서 얘기하는 자연 기반 해법인 건가요?

◇ 백경오> 네.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을 더 이상 해치거나 이러지 말고 조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재난을 대비해 보자는 개념인데 하천에서 쓸 수 있는 기법들이 몇 개가 있죠. 그 대표적인 게 아까 말씀드린 조류지. 그다음에 제방 후퇴. 원래는 하천에 제방이라는 게 없었어요. 근데 근현대에 들어와 제방을 쌓으면서 하천 부지로만 물을 다니게 하고 나머지 유휴 땅을 우리 인간이 농경지나 도시로 쓴 거였죠.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으면서 더 이상 그 제방 안에만 물들을 가둘 수 없기 때문에 하천의 폭을 넓혀주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죠.

◆ 홍종호> 저 같은 비전문가도 금방 이해가 되네요. 이런 방법이 우리나라에도 사례가 있고 서양에서는 위협 관리 방식이 좀 보편화되어 있네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댐을 지어야 한다, 보를 지어야 한다. 왜 이렇게 인공적으로 하는 거를 정부가 선호할까요?

◇ 백경오> 글쎄요. 그게 저도 되게 안타깝네요. 4대강 사업의 교훈도 있고 그래서 이런 방식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자꾸 고집하더라고요. 특히 주민 설명회 자료나 댐 설명회 자료를 보면 아주 좀 웃기다. 우습다는 표현이 조금은 그렇지만.

◆ 홍종호>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 백경오> 대안1, 폭을 넓힌다. 대안2, 저류지를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경제성이 없다, 주민의 반대가 있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댐을 건설하겠다 이렇게 돼 있어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를 안 해놨으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방법이 있다는 거를 이미 다 알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댐을 굳이 고집한다는 게 저도 좀 이해가 안 가네요.

◆ 홍종호> 현재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가 사실은 상당히 불투명하고 또 어떤 지역은 주민의 극렬한 반대도 있고 한데요. 정부와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14개 이른바 기후대응 댐. 여기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해주시죠.

◇ 백경오> 홍수 방어를 위해서 더 이상 댐과 같은 방식은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하류 쪽에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홍수 대응용으로 특히 댐을 만든다 이거는 좀 어불성설이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미 큰 다목적댐들이 존재하고 있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에 대해서 제가 부정하는 건 아니고요.

예를 들어 지금 한강 유역에 대해서 크게 소양강댐하고 충주댐 2개가 있다고 했는데, 그 2개의 댐으로 인해서 서울시의 홍수가 방어가 되고 있습니다.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잘 방어가 되고 있거든요. 그 이유는 그만큼 그 댐들이 크기 때문에 주요한 도시들까지 방어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 발표가 된 14개의 댐들은 다 조그마한 지류에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홍수 방어 효과가 더더욱 없는 거죠. 방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아주 미세한 지역 정도인 거죠.

◆ 홍종호> 그거야말로 경제성이 없겠네요.

◇ 백경오> 그렇습니다. 그다음에 다목적댐의 두 번째 목적이 용수 공급입니다. 수입천댐이 경기도 지역에 수도권의 반도체 공사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유역의 물은 유역에 써야 하고요. 상류 유역민의 희생을 통해서 하류 유역민들이 덕을 본다는 것도 사실 물 관리 원칙에는 좀 어긋나는 거거든요.

 용수 공급에 대한 대안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인 반도체 공급하는 물은 북한강 쪽에서 가져온다는 얘기인데 북한강에는 다목적댐 말고도 발전용 댐들이 좀 있습니다. 수력발전 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겠다 이런 얘기들은 몇 년 전부터 나왔었어요. 그래서 다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충분히 공업용수를 공급할 만큼의 양이 나온다 라고 이미 시범 운영도 했습니다.

◆ 홍종호> 발전용 댐이지만 용수 공급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 백경오> 운용을 바꾸게 되면 아무래도 수력 발전 효율은 좀 떨어지겠죠. 떨어지는 효율은 환경부 아니면 다른 데서 조금 지원을 해준다거나 하면. 그리고 지천댐도 금강의 지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금강 유역에 있는 물은 금강에 써야 되는데 그 옆에 서해로 바로 빠져나가는 쪽에 보령댐이라고 있어요. 그 보령댐이 면적도 작고 댐이 잘 안 차서 한 4, 5년 전에도 가뭄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물을 좀 공급해 주려고 옆에 지천댐을 만들어서 보령댐으로 물을 좀 공급해 주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 백경오> 근데 그것도 좀 안타까운 게 사실은 충남 서부권에도 지방 상수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개발 때문에 지역 지방상수도를 다 없애버리고 보령댐으로 취수원을 단일화시켰어요. 그래서 보령댐이 가뭄이 들어버리면 그 지역 전체가 이제 물 부족을 겪게 되는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과거에 폐쇄했던 지방상수도 같은 것도 다시 좀 살려놔서 가뭄이 들고 이랬을 때는 취수원 다변화를 통해서 취수를 하는 게 물 관리 원칙에 맞는 거죠.

◆ 홍종호>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좋은 말씀이네요. 어쨌든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건설공학부 교수님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한 가지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요. 이 방송을 들은 청취자 여러분께서 정말 21세기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한 물 관리 홍수와 가뭄이 교차되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책임 있고 지속 가능한 그러한 물 관리 방식인가, 기존에 했던 그런 댐 건설을 반복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가에 대해서 한번 깊이 좀 생각을 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오늘 백 교수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경오> 네. 고맙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