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이해충돌방지법을 근거로 일부 위원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자 영화계가 거버넌스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진위원 9명 중 3명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여러 기관에서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왔다며 징계 절차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 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3명 위원에 대한 문체부 감사를 촉구하며 시작됐다.
배 의원 주장에 따르면 해당 위원들은 자신이 속한 영화 관련 단체에 예산을 교부하고, 영진위 지원 예산에서 자신의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수령했으며, 본인이 소속된 단체를 영진위 제작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문체부는 감사를 통해 지난 6월 이들 위원 3명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통보했다. 영진위 역시 자체 감사를 통해 또 다른 위원 1명 역시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들 4명 위원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로,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된다.
이번에 위반 통보를 받은 위원들은 위촉 직후 영진위에 위원 임명 전부터 영진위와 공동 사업을 하는 단체장으로 활동해 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영진위 사업과 관련해 제척사항을 검토받았다. 각각 회의비와 인건비를 수령한 것 역시 영진위와 소속 단체간의 상호 협약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그리고 해당 비용은 담당 부서의 확인과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 투명하게 집행됐고, 그 과정에서 위원의 활동과 관련한 내외부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이유에서 위반 통보를 받은 위원들은 위원 위촉 당시 문제되지 않는다는 영진위 답변을 따랐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가 관련 법과 관련한 세부 운영 기준을 알린 건 법 시행 1년이 지난 지난해 8월이었다.
그러나 이에 관해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17일 영진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들 위원과 관련된 내용은)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전이었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영진위가 규정을 신설하면서까지 해당 위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영진위 사무국은 한상준 신임 위원장 취임 직후 정기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관련 경과 및 징계처분 절차'와 '9인 위원회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을 심의·의결 안건으로 올렸다. 해당 안건은 정관과의 상충 문제로 보류된 뒤 최종적으로 부결됐으나 다시 안건으로 올라온 상황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합의제 민간기구 최초로 징계를 위해 규정을 바꾼 사례"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여성영화인모임과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지난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해당 위원 개인의 일이 아니라, 영화계와 국가가 함께 쌓아 올린 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가장 먼저 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 4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음에도 위원의 해임요구안 등 위원 신분에 관련된 사항을 정관도 아닌 하위 규정으로 정하는 것은 영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징계 규정 관련 안건이 올라왔던 지난 8월 30일 14차 정기회의에서 이해방지충돌법 위반을 통보받은 한 위원은 "영비법에 없는 것을 규정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영진위 측은 "징계 원인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가 발생되기 이전인 2022년 4월 28일에 '영화진흥위원회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운영지침'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라면서도 "제22조에 징계를 예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사후적이지만 문체부 징계 요구에 따라서 우리가 징계 절차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영화인모임과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누가 도대체 왜 위원회를 이토록 무력화하는가? 블랙리스트의 상처를 딛고 호선제를 부활하며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위원회의 방향성에 제동을 걸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한상준 위원장은 왜 스스로 위원회 무력화에 앞장서는가?"라며 "영진위와 영화계의 공동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타깃 감사와 부당한 징계 강행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한상준 위원장의 행동 배후에 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민간협의기구로서의 거버넌스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우리는 한국 영화의 소중한 자산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역사를 위배하는 어떤 시도도 배격하며,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가 아니길 바라며, 눈을 부릅뜨고 모든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