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두 번째 소식으로 가볼까요?
◇ 최서윤> 이번에는 미국에서 조금 더 내려가 보겠습니다. "대통령 된 기후변화 전문가, 멕시코의 미래는?"
◆ 홍종호> 기후변화 전문가가 멕시코 대통령이 됐나요?
◇ 최서윤> 예, 그렇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10월 1일에 취임했습니다.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기도 하고요. 나이는 62세. 물리학자이면서 에너지 공학 분야 석박사예요.
◆ 홍종호> 물리학자. 독일 메르켈 전 총리 생각이 나네요. 같은 여성이고.
◇ 최서윤> 그렇죠. 멕시코의 서울대 같은 UNAM 대학교라고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 최초의 에너지 공학 여성 박사예요. 학자로서도 성과가 많은 분이에요. 집안이 다 과학자 집안이더라고요. 모친이 생물학자인데 한 2년 전까지 국립과학상 수상할 만큼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를 하는 분이고요. 부친은 화학자입니다.
에너지 관련 위원회 활동 같은 것도 많이 하고 그다음에 UN개발계획, 그다음에 세계은행 이런 국제기구에서도 근무하면서 정치인이면서도 학자로서 연구도 왕성하게 한 사람입니다.
◆ 홍종호> 경력으로 보면 전형적인 과학계 전문가로서 위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대통령, 정치 1인자까지 됐을까요?
◇ 최서윤> 일단 직전에는 일단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시장이었어요. 이때도 최초의 여성 시장이었습니다.
◆ 홍종호> 시장도 벌써 거쳤군요.
◇ 최서윤> 2018년부터 했고요. 멕시코 시장 시절에도 본인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된다는 소신이 있어요. 그래서 뭘 했냐면 대중교통을 확대해서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정책을 장려했어요. 대표적인 게 메트로버스라고 해서 고속 전기버스를 도입을 했어요. 이게 멕시코시티의 탄소 배출량을 연간 3만 5천 톤을 줄이면서 대기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책입니다.
◆ 홍종호> 멕시코시티가 도시 대기질이 나쁜 곳으로 아주 악명 높은 도시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군요.
◇ 최서윤> 맞아요. 근데 이 사람이 전임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바라도르 대통령이랑 정당이 같아요. 같은 좌파 정당인 모레나당(Morena·국가재건운동)인데, 전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악명 높은 사례가 있어요. 이 사람이 코로나 부정하고 마스크 안 쓰고 다니던 사람이에요. 근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자기 과학자로서의 소신이 있잖아요.
그래서 같은 정당인데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써야 된다. 그래서 직접 쓰고 마스크 착용을 홍보해서 사람들한테 신뢰를 얻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시정을 굉장히 잘했다고 평가 받았어요. 피살률도 약 51% 낮추고 강력범죄도 58% 줄였다.
◆ 홍종호> 범죄율도 낮추는 데 기여를 했네요.
◇ 최서윤> 개인적으로 준비하면서 이분의 이력을 보다 보니까 되게 열정적인 것 같다. 학생 시절 때부터 과학도로서 연구도 되게 열심히 하고요. 그다음에 멕시코도 과거에 한 30여 년 군사독재를 경험했었어요. 그래서 이때 사회개혁, 민주화 운동 이런 학생운동 리더도 하면서 정치 활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겁니다. 부모님도 연구 활동 열심히 하는 과학자이면서 옛날 68혁명 시기 때 좌파 운동을 하셨던, 그래서 사회에도 관심이 많고 어떻게 보면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온 열정적인 연구가이자 정치인이었고요. 이렇게 이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홍종호> 기후변화 전문가라는 거는 또 어떤 면에서 보셨나요?
◇ 최서윤> 멕시코 내에서 오염을 측정해서 온실가스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게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37살에 멕시코 시티 환경부 장관을 맡은 게 첫 공직인데요.
◆ 홍종호> 시 안에서의 장관.
◇ 최서윤> 네, 시 정부에서. 가장 대표적인 거는 이 사람이 2007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전문가 패널 IPCC 4차 보고서가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에서 2.5도 상승하면 한 20~30%의 생물이 멸종한다. 이렇게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한 공로로 그해 노벨 평화상을 탔는데요. 그때 당시 IPCC 패널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연구원이 600여 명 정도고 그중 한 명이긴 하지만 기후변화 위협을 경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탔던 그 사람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된 거죠.
◆ 홍종호> 진정성이 있는 학자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최서윤> 네, 맞습니다. 정치 활동하면서도 계속 연구하고 전문가로서 기후변화 위험성도 알리고 이런 활동을 해온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공약도 그에 따를 수밖에 없겠죠. 지금 멕시코 재생에너지 비중이 한 24% 정도 된대요. 재임 기간이 6년이거든요. 2030년 되면은 45%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 밝혔고요. 지금 멕시코가 세계 11위의 석유 생산국이거든요. 석유 생산해서 팔아서 돈을 버는 나라였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렇게 끌어올리겠다 하는 게 되게 파격적이다.
◆ 홍종호> 그만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좀 줄어들게 될 테니까 그런 거겠죠?
◇ 최서윤> 맞습니다. 그래서 대선 기간에 재생에너지 투자도 한 135억 7천만 달러 늘리고 탈탄소 정책에 속도 내겠다. 이렇게 공약을 했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인데도 과학자로서의 소신은 별개로 유지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전임 대통령은 200억 달러 넘게 투입해가지고 정유 시설을 신축했어요. 근데 그거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거죠.
사실 멕시코가 경제 발전을 하려면 1일 석유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요. 산유국이 다 그렇잖아요. 그래서 2013년에는 국가에서 1일 석유 생산량을 상한제 같은 걸 두는데, 2013년에 당시 대통령이 300만 배럴까지 높이겠다. 이렇게 에너지 계획을 냈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석유 생산량 높아도 1일 180만 배럴로 묶겠다 이런 공약도 내놨어요. 그러니까 점차 줄이겠다는 거예요.
◇ 최서윤> 작년에 보면은 멕시코 1일 생산량이 한 179만 배럴 정도 됐대요. 그러니까 여기서 더 높이지 않겠다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서 더 생산량을 높이지 않고 차츰 줄이겠다. 이 의미는 뭐냐면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려면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하는 신기술에 투자를 해야 돼요. 미국 대선에서 화제되고 있는 프래킹 기술, 그다음에 심해 유전 개발, 심해 추출 이런 데 돈을 퍼부어서 나중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야 되는데 바로 거기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 대신에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라는 거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 홍종호> 멕시코는 환경의 진심인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미국도 선거를 얼마 안 남겨두고 있는데 여성 후보가 환경의 진심이잖아요. 중미와 북미의 대통령 구도가 상당히 흥미롭네요.
◇ 최서윤> 그렇죠. 또 밑으로 남미 브라질에 룰라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진심이기 때문에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최 기자께서는 멕시코 여성 대통령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기대가 있으세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최서윤> 일단 정리를 해보면 기대 측면에서 정치인들이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비이성적인 발언을 해서 대중을 세뇌시키려고 하는 걸 볼 때 우리가 굉장히 실망을 하게 되잖아요.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데요. 이 사람은 아무래도 과학도 출신 여성 대통령이고 과학도로서 이분은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아무래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랑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아요.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멕시코가 중남미 대륙에서 리더 국가,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국가예요. 예전에 독일 메르켈 전 총리가 유럽연합의 지금의 기후변화 리더 대응에 있어서 리더 역할을 하는데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를 받잖아요. 그린 뉴딜도 거의 주도했고요. 그래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고요.
◇ 최서윤> 근데 한계의 측면도 있긴 있습니다. 지금 유럽도 유럽 전쟁, 중동전쟁 닥치고 그다음에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탈탄소가 많이 늦어지고 있잖아요. 미국도 요즘에 막 셰일 증산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다음에 멕시코라는 국가 자체가 오랜 기간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예요. 그리고 아직도 범죄율도 많이 낮춰야 되고 경제 개발해야 되니까 나라 성장을 위해서 소위 돈 들어가는 정책을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석유의 유혹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나 국제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좀 있습니다.
◆ 홍종호> 아무래도 이런 기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 위해서는 경제가 좀 안정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트럼프 쪽으로 가게 된다면 트럼프는 모든 전 세계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 이것은 미국 경제와 굉장히 긴밀히 연결된 멕시코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멕시코의 새로운 대통령, 기후에 진심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계속 예의주시해야 하고 여러 가지 리스크가 없지 않다라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