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회장, 불출마·퇴진하라" 대한체육회 노조, 성명 발표

"연임 도전 보다는 체육 개혁에 길을 열어 달라"
노조, 이 회장 치적 호평 하면서도 "체육인·조합원 헌신 있어 가능"
"민주적 소통 구조 사라지고 비선 입김 작용"
문체부에 대해서는 "권한을 남용한다면 저항할 것" 경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5년여 전 불거진 스포츠 성폭력 사태와 관련한 공식입장 표명을 위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노컷뉴스

대한체육회 노조가 이기흥 회장의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촉구하는 내용이 골자인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18일 '대한민국 체육의 봄은 올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기흥 회장은 이제라도 본인이 남긴 체육계의 명암을 제대로 직시하기를 바란다"면서 "불합리한 꼼수를 통한 연임에 도전하기 보다는 남은 임기 동안 조직 구성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진정한 체육 개혁의 움직임에 길을 열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직격했다.
 
노조는 또 "대한민국 선수단이 '파리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음에도, 참담하고 어두운 리더의 그림자 밑에서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없었다"면서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작은 이 모든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한 이 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질서있게 퇴진하는 데 있다"고 불출마 요청 취지 등을 설명했다.
 
다만, 이 성명서에서 노조는 이 회장의 8년 임기성과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재정규모 1.5배 증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성공적 유치·개최에 기여, 국가대표 선수촌 안정적 전환 등이 노조가 성명을 통해 호평한 이 회장의 치적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 회장의 공적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 냈다기 보다는 여러 체육인들의 협력과 조합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사진 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문체부·대한체육회

이 회장 임기 동안 조직 내부가 각종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내용도 성명에 담겨있다. 노조는 "리더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갈 수록 민주적 소통 구조는 사라져 갔고, 정확한 선임 절차와 역할을 알기 어려운 특별보좌역을 비롯해 각종 비선들의 입김이 점차 세게 작용했다.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체육 발전과 공공기관의 책무를 이행한다는 기관 본연의 목적은 흐려졌고, 제대로 된 영문을 찾기 어려운 지시 사항들만 쌓여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위기상황에 대해 이 회장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부처와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고 일갈했다.
 
노조는 특히 "과거 문화계에서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체육계에서는 K-스포츠재단을 비롯한 국정농단을 집행한 최전선에 있던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체육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문체부도 싸잡아 성토하면서, 이와 관련한 저항 의지를 표명했다.
 
"문체부가 만든 선거제도로 선출된 사람이 결국 이 회장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체부 차원의 반성이 있었던가? 그들은 오히려 여전히 이런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체육 개혁의 주체로만 포장하고 있다"며 "문체부가 체육계를 둘러싼 포퓰리즘에 편승해 말을 잘 듣는 체육회 조직을 만들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다면 결연히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는 내용이 성명에 담긴 노조의 문체부에 대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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