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 사건의 주체도 확인하지 못하는 북한이 남남갈등만 조장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자살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은 한국 군부가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혹독한 대가'를 예고한 뒤 경의선과 동해선을 폭파했다.
북한은 이후 140만 청년의 인민군 입대‧복귀 지원과 '적대적 두 국가' 헌법 개정 사실을 알리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며 상황은 잠시 봉합된 듯 보이지만 지속되긴 어렵다. 무인기 사건의 주체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무책임한 재발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방부의 전략적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민간단체나 해외 반북단체의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군에서 보낸 것은 없다. 민간에서 보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는 군의 최초 반응에 보다 많은 진실이 담겼을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국방부가 이후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민간단체 등의 관련성이 확인되자 북한의 추가 공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추론이 나온다.
책임 소재 규명이 무의미할 정도로 난마처럼 얽힌 남북관계에서 무인기 주체를 확인하는 것은 그 또한 무의미한 작업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만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 수준에서 북한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무인기 항적 등을 포함한 이번 사건의 실체는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의 책임이 영영 면제될 수는 없다. 누군가 익명의 가면을 쓰고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불장난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용납하기 어렵다.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리던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등을 명분으로 그나마 공개적으로 활동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고사총 발사와 우리 측 대응사격으로 사달이 날 뻔도 했지만 적어도 정체를 숨기려 하진 않았다.
그에 비하면 무인기 침투는 어떤 큰 화를 부를지 모를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 목적이 무엇이 됐든 대의명분이 확실하다면 떳떳하게 정체를 밝히고 향후 발생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인민 해방'도 다 좋지만 이렇게 무책임한 활동까지 용인할 정도로 한반도 상황이 녹록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