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영광·곡성군수를 사수하는 데 선공하면서 산을 하나 넘었다.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임을 확인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김건희 여사 공세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이 대표는 민생 현장에 밀착하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김건희 불기소에 "면죄부 상납" 규탄…선거 승리 이후 수위↑
민주당은 17일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일제히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기어코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상납했다"며 "이렇게 대놓고 법과 정의를 짓밟고 조롱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일동도 성명을 내고 "주가조작에 자금을 대고 손해 본 '전주'는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지만, 정작 23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김 여사 모녀는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성토했다.민주당 내 각종 기구와 위원회들도 줄줄이 규탄의 성명을 냈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검찰의 망나니 칼춤에 형사·사법 시스템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자체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다"며 "검찰은 김 여사의 심각하고 명백한 범죄를 은폐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공범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건희심판본부 본부장인 김민석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계좌 추적 한번 없던 5년의 허송세월을 여왕 조사 한 차례로 액땜한 검찰이 계좌사용 48회, 핵심 인물 이종호와 연락 40회, 시세차익 23억, 공범 유죄 등 법원 기록의 벽을 뚫고 불기소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특검과 탄핵으로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당은 이날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추가한 김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두 차례 폐기된 이후 세 번째 발의다. 이번 특검에는 기존 8가지 의혹에 더해, 명씨와 관련된 선거개입, 불법 여론조사 의혹도 수사 범위에 넣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수사 대상을 13개로 확대하는 등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특검과의 '쌍끌이'를 위한 상설특검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김 여사 불기소 처분과 관련된 검찰 탄핵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김건희 범죄 은폐 공범들을 직무유기 등으로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김 여사 특검은 국정조사가 마무리될 즈음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명씨의 폭로가 연이어 터지고 의혹이 불어나면서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호남에서의 선거 승리로 이 대표 리더십이 한층 공고해진 점도 속도감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위협에도 호남의 맹주는 민주당이라는 점을 확실시했기 때문에 중앙 정치 이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이 확고해지면서 향후 지방선거 등을 지휘하기 수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배추 농지 찾아 입법 약속…대안 제시하며 대권행보 신호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민생 밀착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한 배추 농지를 찾은 뒤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작물 수입허가권(쿼터제)을 해당 작물 재배조합에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작물의 수입허가권을 해당 작물의 농가, 생산자 조합 등에 부여할 경우 수입을 마구 하지 않고 자동 조절 기능이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 수입허가권을 조합에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체크무늬 셔츠와 밀짚모자 차림으로 농지에서 직접 배추를 수확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당이 정부·여당을 겨냥해 신랄한 공세를 펴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부산 금정·인천 강화에서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부·여당이 국민의 뜻을 잘 새기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을 펼쳐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한 대표에게 힘을 싣는 것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이 대표가 여유를 되찾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이 대표의 모습은 대권을 염두에 둔 이미지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생 현장을 돌며 대안을 제시하고, 정쟁의 한복판에 있기보다 포용을 통해 큰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다수당의 수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민생을 등한시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이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