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08년 금융위기 능가 '초대형 부양책' 군불때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올해 '5% 안팎'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잇따라 부양책을 내놓으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부양책 규모가 제시되지 않아 시장에 실망감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대 6조 위안(1152조원) 규모의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금융당국 '부양 패키지' 이후 변변찮은 부양책만

중국 당국은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의 '부양 패키지' 발표를 시작으로 각 부문별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정책금리, 그리고 기존 주택 대출금리 인하 등을 발표했다.

이어 국경절 연휴 직후인 지난 8일에는 거시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역주기조절'(경기에 따른 거시경제 정책 운용) 강화 계획을 발표했고, 12일에는 중국 재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택도시농촌건설부가 나서 연말 이전에 부동산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4조위안(약 767조원)으로 늘리고, 100만호 규모로 도시 내 낙후지역과 노후 주택 개조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부양 패키지' 발표에 열광했던 시장은 이후 발표된 부양책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주기조절' 강화 등 거창한 계획을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 재원이 얼마나 투입될지 등 구체적인 부양책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발표한 부동산 부양책에서는 회생가능 건설 사업장에 지원되는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1조 7700억위안(약 340조원) 더 늘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올해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는 금융당국 발표 이후부터 지난 8일까지 단기간에 무려 28%나 상승했지만 이후 발표된 부양책에 실망해 7거래일 만에 최고점 대비 15%가량 다시 하락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부양책 규모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 시점을 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의 폐쇄적인 정책결정 구조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티식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는 "중국이 성장 모델의 균형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있다"면서 "이 작업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보도에서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는 중국 당국이 내놓은 일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세부 사항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경제중심도시 상하이. 연합뉴스

"6조 위안 규모 부양책 나온다" 기대감 '솔솔'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조만간 특별 국채 발행을 통한 6조 위안(약 1152조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중국 매체의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외신을 통한 부양책 규모 전망이 나온 적은 있지만 중국 매체를 통해 수치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14일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초장기 특별 국채를 활용해 6조 위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방안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3년에 걸쳐 국채가 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저명 경제학자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한 4조 위안(약 768조원)을 뛰어넘는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위 위원은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현재 경제 규모가 과거를 능가하기 때문에 새 부양책 역시 2008년 규모를 넘어야 한다"면서 "행동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정책 발표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매체와 전직 관료 출신 경제학자가 중국 당국의 정책방향과 배치되는 보도나 주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이 조만간 4~6조 위안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전망한 2~3조 위안에 비해 2배 가량 더 큰 규모의 부양책이 제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 주도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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